- 아프리카 동호회 ‘고고’ 문헌규 매니저
아프리카는 ‘거지와 바보들의 대륙’ 편견
남아공 처음 갔을땐 너무 발달해서 깜짝

[이브닝신문/OSEN=김중기 기자] 남아공월드컵 개막이 11일 앞으로 다가왔다.?이브닝 신문은 월드컵 기간에 국내 최대의 아프리카 동호회인 고고(www.2goafrica.com)와 함께 블로거 특파원을 운영한다. 고고의 문헌규 매니저를 만나 아프리카와 남아공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남아공은 아프리카에서 제일 발달한 나라가 아닌가요=네 우리나라처럼 국회에서 싸우지도 않고요(웃음). 우리가 마차 끌고 다닐 때 그들은 비행기 만들었을 정도니까요. 지금도 그런 기술력이 있어요.
#문 매니저는 2006년 사하라 모로코 사막 레이스로 아프리카와 인연을 맺었다. 이듬해 네이버 카페 ‘고고’를 만들고 지금까지 두 번의 아프리카 종단 여행을 했다.
문 매니저는 말한다. “솔직히 아프리카를 사랑해서 간 건 아니에요” 아프리카의 첫 만남은 사직서에 쓸 핑계 거리로 시작한다. ‘FM가정’에서 ‘FM생활’을 하던 그는 4년 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둘 결심을 한다. “두렵잖아요. 내가 어디가면 이런 대접을 받을 수 있을까 생각도 들고… 우선 회사에 얘기할 거리가 필요했어요.”
호주 MBA를 고민하던 중에 TV에서 사막레이스를 보았다. “휴가를 준다고 하더라고요. 한 달씩이나.”?말리는 상사를 뿌리치고 사표를 썼다.
모로코 사막은 90년 전 생텍쥐페리가 비행기 조종사로 일했던 곳이다. 문 매니저도 생텍쥐페리처럼 어린왕자를 만났다. 하지만 ‘어린 양’을 그려주는 대신 겁부터 먹었다.
“밤에 레이스를 하는데 모래 언덕에 뭐가 반짝거려요. 가까이 가 봤더니 베르베르인 꼬마들이 누워서 우릴 보고 있는 거예요.” 꼭 하늘에서 떨어진 아이들 같았다. “애들이 공격하면 어떡하나 떨었죠.(웃음)”
아프리카에 대한 편견은 깊었다. 사막레이스를 마치고 처음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 갔을 때도 비행기를 잘못 탄 줄 알았다. 하늘에서 본 공항이 생각보다 훨씬 컸기 때문이다. “‘여기가 아닌가’ 고민했어요.” 10분 뒤에 기내 방송이 나왔다. “웰컴 투 사우스아프리카.”
월드컵 분위기는 어떻죠=백인들은 월드컵 별로 관심 없어요. 흑인들의 축제라고 생각하거든요. 럭비 월드컵이 더 중요하죠. 럭비는 영연방 국가 스포츠잖아요. 호텔에서도 럭비 틀어주고. 흑인클럽 가야 축구 보여줘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박지성 좋아하고. 모든 백인들이 그런 건 아닌지만 토종 아프리칸스 백인(네덜란드 식민지 시절부터 대대로 산 백인)들은 더 그렇죠.
만델라 이후 백인들에 대한 역차별이 있다던데=그건 아니고요. 모든 대학교나 기업들에 흑인 의무 채용 비율이 있어요. 이건 꼭 필요한 제도예요. 경제의 90% 이상을 백인들이 장악하고 있거든요.?백인만 다니는 학교가 있을 정도니까요. 법이 그런 게 아니라, 가격을 그렇게 올려 버리는 거예요. 흑인들이 돈 내고 다닐 수 없는 수준인거죠. 그런데 우리나라 아이들이 거기서 공부해요. 그걸 보면서 한국은 잘사는 나라구나 생각하는 거죠.
아파르트헤이트(흑백차별정책) 잔재가 있나요=70년대 태어난 마지막 아파르트헤이트 경험자(백인)들이 그래요. “그건 나쁜 거다.”?근데 술 먹고 친해지면 ?“아? 우리 만델라한테 완전 테러 당했다.”?그러죠. 걔네들 입장에선 노예가 대통령 된 거니까요.
백인들이 아파르트헤이트 전에는 지금보다 더 부유했어요. 저렴한 노동력으로 대농장을 경영하고. 그렇게 여유가 있으니까, 우리 양반처럼 풍류도 즐기고, 시도 짓는 ‘시인카페’들이 많았죠. 케이프타운 시내엔 많이 남아 있어요. 우리로 치면 북카페인데, 무척 오래된 북카페죠.
#남아공에서 그는 잠시나마 일본인 여자친구를 사귀었다. 뼛속까지 민족주의자였던 문 매니저에게 일본인 여자친구는 좀 더 넓은 세상을 보여줬다. 그는 전세계를 돌아다니는 배낭 여행자였다.
남아프리카 종단을 추진할 때만 해도 불안감이 먼저 들었다. 아프리카 하면 거지들과 바보들만 떠올랐기 때문이다. “카페를 만들었으니 주인장으로서 동아프리카 북아프리카도 가보긴 해야겠고… 그땐 나름 목숨 걸고 출발한 것”이었다.
그에게 아프리카는 낭만의 대륙의 아니다. “전 공개적으로 얘기해요. 제가 생각하는 아프리카는 우리나라가 성장하기 위한 미래의 소비시잔이라고요.”
‘아프리카는 거지, 바보’란 선입견은 어떻게 깨졌나요=종단 중에 조지라는 한국전 참전 용사 후손을 만났어요. 에티오피아 군인들이 춘천에서 싸웠거든요. 왕실 친위군인데, 우리로 치면 육사죠.?이 분 가족들이 우리나라를 정말 좋아해요.?그렇게 인간적인 부분부터 마음을 열었죠.?우리나라에서 카메라 들이대고 사람 찍으면 왜 찍냐고 하잖아요.?그들도 그래요.?시골에서도 신기해하지 않더라고요. 또 ‘우린 사계절이 있다’ 그러면 ‘사계절 없는 나라가 있냐’면서 웃어요. ‘눈이 와야 겨울이다’ 하면 ‘여긴 눈 대신 비가 온다’고 말하고.
치안은 어떤가요=당연히 조심해야지만, 세계적으로 보면 평균 조금 밑이에요. 나라마다 차이가 있어요. 아프리카가 56개국이잖아요. 남아공만 해도 한반도의 8배예요. 근데 우린 남아공도 아프리카, 케냐도 아프리카. 그렇게 함께 묶어요. 나라마다 다르고 부족마다 또 다릅니다.
#문 매니저는 ‘나는 오늘도 사막을 꿈꾼다’를 쓴 김효정 작가를 ‘자랑스런 고고인’이라고 불렀다. 총 1051km 사막레이스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김효정 작가는 문 매니저가 모로코에 가기 전 챙겨야 하는 물건 등 여러 가지 조언을 해줬다. “저한테 큰 스승이에요. 원래 영화 기획사 싸이더스에 계시던 분인데 지금은 자기 영화사를 차리셨죠. 영화 준비를 위해 7월에 같이 아프리카 갑니다.”
집에서 뭐라고 안하나요. 결혼 안한다고=아프리카에 있는 동안 아버지가 위독하셨어요. 저희 집이 그래요. 할아버지는 공무원이셨고 아버지는 대기업. ‘FM’대로 사는 그런 문화인거예요.
제가 그걸 처음 깼어요. 그래서 반대도 심했고요. 종단 갔다 온 뒤에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지금은 어머니 혼자 계세요. 그 넓은 집에 혼자 놔둘 수 없으니까. 1층을 리모델링해서 사무실로 쓰고 있어요.
월드컵캠프(블로거 특파원)와 관련해 특별한 프로그램이 있나요=현지 워크캠프에서 양철집 짓기 프로젝트가 있어요. 300만원 모아야 하는데 아직 100만원 밖에 못 모았어요. 세미나 하면 좀 나아지겠죠.(웃음)
haahaha@iev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