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한 5월' 왈론드와 앞으로의 기회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0.06.01 10: 00

5월 2승 무패 평균 자책점 3.38. 그러나 이닝 당 주자 출루 허용률(WHIP)은 1.44에 달한다. 외국인 좌완 레스 왈론드(34. 두산 베어스)에 대한 이야기다.
올 시즌 여러 의문 부호와 기대감을 안은 채 5년 만에 한국 무대를 밟은 왈론드는 올 시즌 8경기에 나서 2승 무패 평균 자책점 5.16(5월 31일 현재)을 기록 중이다. 4월 한 달간 2경기 평균 자책점 9.45에 그치며 퇴출이 당연해보였던 왈론드는 지난 5월 15일 문학 SK전서 5이닝 4피안타 2실점으로 선발승을 거두며 가느다란 희망의 끈을 잡았다.
마수걸이 승리 경기를 기준으로 한 왈론드의 최근 세 경기 성적은 3경기 2승 무패 평균 자책점 1.88에 달한다. 5월 첫 세 경기서 계투로 등판해 1⅔이닝 3실점을 기록한 것을 제외하면 5월 성적이 더욱 눈에 띄는 것. 그러나 1점 대 평균 자책점을 기록한 3경기서도 WHIP은 1.33으로 높은 편이었다.

일단 생명연장의 꿈을 조금씩 현실화하고 있는 왈론드지만 언제 생명연장의 꿈이 끊어질 지도 모른다. 김경문 감독이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왈론드의 최근 피칭에 대해 허탈한 웃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5월 22일 잠실 LG전서 1회 무사 만루 위기를 넘기고 6이닝 4피안타(탈삼진 6개, 사사구 3개) 무실점으로 호투한 왈론드에 대해 그 이튿날 김 감독은 "왈론드가 잘 던졌다기보다 상대 타선이 잘 공략하지 못한 것"이라며 다소 못마땅한 의견을 이야기한 것.
보다 효과적인 투구로 상대를 제압하지 못했고 야수들의 수비 대기 시간을 늘여놓았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에도 김 감독은 SK에서 데려온 좌완 크리스 니코스키와 지금은 넥센 유니폼을 입고 있는 금민철이 초반 많은 투구수를 기록하며 주자 출루 허용도가 높은 데 대해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얻어 맞더라도 도망가기보다 과감하게 던지는 투수를 선호하는 김 감독의 성향을 생각하면 왈론드는 아직 반석에 올랐다고 보기 힘들다.
그렇다고 현 상황에서 왈론드를 무턱대고 전력에서 제외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1선발 켈빈 히메네스가 5월 31일까지 아직 1군 엔트리에 등록되지 못했고 설상가상으로 좌완 선발 이현승마저 지난 5월 30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었다. 선발 로테이션을 구축 중인 투수 중 김선우만이 유일하게 시즌 내내 로테이션을 지키고 있는 실정.
긍정적으로 보면 왈론드의 투구도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지난해 요코하마 시절 팔꿈치를 부상당한 뒤 두산 합류 뒤에도 부상 재발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자신감 있게 공을 뿌리지 못했던 왈론드는 최근 3경기 14⅓이닝 동안 11개의 사사구를 내줬으나 탈삼진도 14개를 뽑아냈다. 결정구로 꺼내든 너클커브의 낙차가 큰 편이라 높게 제구되지 않았을 때는 헛스윙 아니면 볼로 판정된 '양날의 검'이었기 때문이다. 왈론드 개인에게는 적극적인 투심 활용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직구 구속이 조금씩 상승하고 있다는 점도 또 하나의 희망요소다. 시즌 초 좀처럼 140km 이상을 던지지 못했던 왈론드는 최근 144km까지 구속을 끌어올렸다. 팀 내에서도 "날씨가 더워지고 감각을 찾으면 상승세를 탈 수 있을 것이다"라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1일 잠실구장에서 컨택 능력이 좋은 넥센 타선을 상대하는 왈론드. 아직 감독의 믿음을 확실히 얻지 못한 왈론드가 이번에는 효과적인 호투를 펼치며 감독의 선입견까지 벗겨낼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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