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한 투수들은 자신이 바운드되는 볼을 던지고 나면 앞으로 다가서서 공을 건네 받더라. (고)원준이는 그렇지 않았다".
신예답지 않은 과감한 투구를 선보이고 있는 2년차 우완 고원준(20. 넥센 히어로즈)에 대한 칭찬이 이어지는 가운데 김시진 감독이 차별화된 고원준의 마인드에 대해 칭찬했다.

천안북일고를 졸업하고 지난 2009년 넥센에 입단한 고원준은 올 시즌 2승 2패 평균 자책점 2.16(5월 31일 현재)으로 쾌투를 펼치며 넥센 선발진에 희망의 싹을 틔우고 있다. 제주도 출신으로 중학교 3학년 때 천안북중에 '야구유학'을 간 케이스라 연고팀 한화의 1차지명 대상자가 아니었던 고원준은 데뷔 2시즌 째 혜성처럼 나타나며 과감한 투구로 현장의 호평을 불러일으키는 중.
특히 고원준은 지난 5월 19일 문학 SK전서 8회 1사까지 선두팀 타선을 노히트로 틀어막는 등 7⅓이닝 1피안타 1실점 선발승을 거두는 기염을 토했다. 이후 그는 마운드에서 당돌함이 물씬 배어나오는 쾌투로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귀여움이 묻어나오는 소년의 이미지는 보너스.
1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김 감독은 고원준에 대해 "심판들이 고원준의 볼 끝이 좋다고 하더라"라는 이야기를 밝혔다. 여기까지는 여느 유망주에게 하는 이야기와 다름없다. 그동안 제구가 되지 않는 파이어볼러들도 숱하게 볼 끝이 좋다는 칭찬을 자주 듣지 않았던가.
그 다음 김 감독의 입에서는 고원준이 다른 유망주들과 차별화된 이유가 나왔다. "마운드에서의 몸가짐이 특별했다"라고 밝힌 김 감독은 고원준이 스스로 위축되기보다 오히려 강한 마음으로 마운드를 지켰다는 뜻.
"다소 심약한 젊은 투수들의 경우 포수에게 바운드 되는 공을 던지고 나서 미안한 마음에 3~4발자국 앞에 가서 공을 건네 받는다. 그러나 원준이는 그렇게 쭈뼛거리거나 하는 동작 없이 그대로 공을 건네 받더라. 그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3~4발자국 앞에서 공을 건네받는 행동은 어떻게 보면 동료에 대한 미안함의 표시일 수도 있으나 이 모습은 다른 팀에서도 경기 중에서 지켜보게 마련. 자칫 상대에 지고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을 원천봉쇄하는 모습이 감독의 눈을 사로잡은 것. 사소한 행동 묘사일 수도 있으나 김 감독의 이야기에는 '될성 부른 떡잎'에 대한 애정과 기대감이 숨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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