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왈론드처럼만 돼준다면야…".
절실하게 변하지 않을까. 선발에서 불펜으로 밀려난 한화 외국인 투수 카페얀(29)을 바라보는 한대화(50) 감독의 표정은 애처롭다.
한 감독은 1일 문학 SK전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오늘부터 카페얀은 불펜에 대기시킬 예정"이라며 "그래서 떨어진 자신감을 되찾길 바란다"고 밝혔다.

올해 처음으로 한국 땅을 밟은 카페얀은 11경기에 모두 선발로만 나와 승리 없이 9패만을 기록하고 있다. 평균자책점도 8.63으로 높을 뿐 아니라 이닝당 주자 출루 허용(WHIP)이 2.10에 이른다. 사실상 선발은 물론 외국인 선수로서의 임무를 수행할 수 없을 지경이다.
하지만 한 감독은 여전히 카페얀에 대해 연민을 느끼고 있다. "시즌 초반 야수들이 너무 도와주지 못했다. 그 때 2~3승을 챙겼다면 또 달라졌을 것"이라며 "여전히 통할 수 있는 구위를 지녔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카페얀은 시즌 첫 등판이었던 3월 27일 문학 SK전에서 7이닝 동안 3실점하면서 합격점을 받았다. 이후 4월까지 20일 열린 대구 삼성전(2이닝 9실점)을 제외하고 모든 면에서 나쁘지 않은 투구 내용을 보였다. 하지만 타선의 침묵, 야수들의 잇따른 실책성 수비 등이 겹치면서 연패에 빠졌고 5월 들어서는 완전히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처음에는 따로 불러 보듬어주기도 했지만 그것도 이제는 더 이상 하지 않는다"는 한 감독은 "여느 외국인 선수처럼 밖으로 표출하는 성격이 아니라 속에 차곡차곡 쌓아두는 착한 성격"이라고 카페얀을 설명했다.
그렇다고 팀을 이끌어 나가야 하는 감독 입장에서 카페얀의 부활만 바라볼 수는 없는 일. 한 감독은 "불펜에서 등판 기회를 더 준 후 괜찮으면 다시 선발로 돌릴 생각"이라면서 "계속 두고 볼 수는 없는 입장이다. 그래서 사람을 미국으로 보냈다"고 덧붙였다. 한화에 따르면 이인영 운영팀 대리와 이상군 스카우트를 미국으로 파견, 외국인 선수 교체를 위한 후보군을 살펴보고 있다.
이제 카페얀이 한국에 남을 수 있는 방법은 왈론드가 보여주고 있는 '기사회생 피칭' 뿐이다.
왈론드는 사실상 김경문 감독이 신뢰를 완전히 잃은 상태였다. 시즌 첫 등판이 팔꿈치 통증로 4월 9일(잠실 LG전)에야 이뤄졌고 그날 1⅓이닝 동안 4실점(3자책)하며 실망감을 안겼다.
다음 등판(4월 16일 잠실 롯데전)에서 5⅓이닝 4실점한 왈론드는 사실상 김경문 감독의 눈밖에 났다. 선발 투수가 절실한 두산이 아니었다면 곧바로 퇴출 통보를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중간 불펜진으로 3차례 기용된 후 다시 돌아온 왈론드는 이날 잠실 넥센전에서 6이닝 동안 5피안타 6탈삼진, 1실점해 팀의 7-1 승리 기회를 제공했다. 거짓말같은 3연승도 거뒀다.
사실상 마지막 기회와도 같은 실낱 희망이 이어지면서 땅에 떨어졌던 김경문 감독에 대한 신뢰를 보충하고 있다.
한 감독도 카페얀이 왈론드처럼 살아나주길 어느 때보다 바라고 있다. 마지막 기회를 잡은 카페얀이 부활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letmeou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