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류현진(23.한화)이 무아지경의 피칭을 하고 있다.
류현진은 지난 1일 최강 SK를 상대로 9안타를 맞았지만 13개의 삼진을 뽑아내며 완봉승을 거두었다. 앞선 5월25일 넥센전 3피안타 완봉승에 이어 2경기 연속 완봉쇼를 펼쳤다. 현재의 추세라면 고졸신인으로 데뷔와 함께 마운드를 평정했던 지난 2006년을 뛰어넘는 폭주모드라고 볼 수 있다.
당시 류현진은 18승6패1세이브, 방어율 2.23, 탈삼진 204개 등 투수 3관왕을 달성하며 정규리그 MVP와 신인왕을 동시에 석권했다. 데뷔 첫 해에 최고 투수의 영예를 안았다. 이후 3년동안 17승-14승-13승씩 올렸지만 해마다 하락 추세였다. 매년 많은 이닝을 소화한데다 각종 국제대회에 빠짐없이 참가하면서 힘에 부친 탓도 있었다.

그러나 데뷔 5년째를 맞아 올해는 예전의 괴물 본색을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다승 공동 1위(8승), 방어율 1위(1.66), 탈삼진 1위(86개)를 달리고 있다. 11경기 모두 퀄리티스타트를 했고 경기당 8이닝을 소화하는 이닝이터이다. 2006년에 이어 두 번째로 투수 3관왕에 오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생애 첫 20승이자 1점대 방어율을 올릴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역대로 20승과 1점대 방어율 미만을 기록한 투수는 단 4명. 선동렬 삼성 감독이 해태시절 86년, 89년, 90년 등 세 차례 작성했고 원년 MVP 박철순(OB)이 82년, 최동원(롯데)이 85년, 김현욱(쌍방울) 97년 기록했다. 다만 김현욱은 20승이 모두 구원승이었다는 점에서 선발형 기록은 아니였다. 데뷔 이후 20승과 1점대 방어율을 기록하지 못했던 류현진으로서는 욕심나는 미완의 숙제일 수 있다.
류현진은 강한 힘과 부드러움을 동시에 보유한 무아지경의 피칭을 보여주고 있다. 변화구, 제구력, 스피드는 당대 최고이다. 지난 4년동안 국제전과 포스트시즌 등 큰 경기를 통해 산전수전을 모두 겪으며 마운드에서 전혀 흔들림 없다. 힘으로 상대를 제압하기도 하지만 능구렁이 같은 피칭으로 유인해 내기도 한다.
심리적으로 우위에 있고 타자들의 성향까지 모두 파악하고 있다. 지난 스토브리그부터 국제경기가 없었고 충분한 훈련을 펼친 점도 있었다. 더욱이 시즌 개막후 팀이 부진에 빠진 가운데 자신이 지면 안된다는 강한 근성까지 생겨 승수사냥의 힘이 되고 있다. 요즘은 팀 타선이 강해져 득점지원도 받고 있다.
특히 상대팀들은 류현진의 등판일정에 따라 일희일비하고 있다. 류현진이 등판하면 지레 피해가고 있기 때문에 승수사냥에 가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크다. 류현진이 2006년의 크레이지 시즌을 넘어 명실공히 대한민국 국민투수로 자리잡을 수 있는 기록달성의 기회이다. 앞으로 류현진의 어깨와 행보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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