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동이는 다시 일어설 겁니다".
짧은 한 마디지만 조정웅 화승 감독의 강한 신뢰를 엿볼 수 있었다. 라이벌 이영호와 5전제 경기에서 당한 첫 참패의 쓰라림도 갈 길 바쁜 이제동과 화승의 발목을 잡지는 못했다.
'폭군' 이제동(20, 화승)이 MSL 결승전 패배의 충격을 딛고 선전을 약속했다. 눈부신 경기력은 아니었지만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서 1승에 목 말라 있던 팀 승리의 디딤돌 역할을 했다.

지난달 29일 MSL 결승전서 이제동은 스타리그 준우승 이후 절치부심의 마음으로 임한 이영호에게 완벽하게 무릎을 꿇었다. 기대와는 달리 0-3 완패로 상대에게 MSL 첫 우승의 영광을 바치면서 3회 우승으로 금배지를 달겠다는 꿈도 산산 조각 났다.
사실 이 정도면 메가톤급 충격이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지만 눈빛은 여전히 살아있었다. 경기 하루 전에도 이제동의 연습은 평소와 변함이 없었다. 모든 프로게이머들이 연습할 때도 최선을 다하지만 이제동의 연습 방법은 약간 독특하다. 실전처럼 모니터를 뚫어져라 보면서 하는 그의 집중은 너무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다.
눈빛이 죽지 않은 이제동은 지난 1일 프로리그 KT전서도 악착같은 모습으로 팀 승리에 보탬이 됐다. 맞상대인 KT는 자신에게 치욕적인 0-3 셧아웃 패배를 안긴 이영호의 소속팀. 현장과 중계를 지켜보고 있는 팬들은 라이벌 이영호와 '리쌍록'을 기대하고 있지만 이제동은 그런 모습을 완벽하게 떨친 상태였다.
물론 충격이 쉽게 가시지 않은 듯 "충격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라며 "그래도 프로리그 경기가 정말 중요하다. 에이스로서 맡은 책임을 다해야 하기 때문에 개인리그 패배로 프로리그 경기에 영향을 받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다. 앞으로도 경기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밝은 얼굴로 MSL 패배에 대한 아쉬움을 뒤로 돌렸다.
지독한 4월 징크스와 전승을 약속했던 5월의 마지막을 참패로 장식하는 역경의 연속이었지만 이제동은 밝은 얼굴로 팀의 포스트시즌 6강행을 약속했다. 특유의 도전 의식과 승부사 기질이 다시 이제동을 끌어올렸다.
화승의 중심은 누가 뭐라고 해도 단연 이제동이다. 어느덧 팀에서도 고참의 위치에 올라서 있고, 유난히 어린 선수가 많은 화승에서 대들보 역할을 하고 있다. 22승 23패로 8위에 올라있는 화승은 현재 한 경기 한 경기가 PS시즌 진출의 향방을 결정하는 중요한 상황에서 다시 한 번 이제동의 활약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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