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견의 재미'는 과학자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도 있다. 6월 스크린에서는 특히 이런 발견의 재미가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상은 배우들이다.
6월 한국영화 최고 기대작은 '방자전'과 '포화속으로'다. 각기 장르와 개성이 다른 두 편의 영화에서는 모두 관객들을 놀라게 할 만한 배우들이 등장한다. 미처 알지 못했던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한껏 발휘시키는 이들은 누구일까.
고전 '춘향전'을 비튼 '방자전'에서 최고 웃긴 인물을 꼽으라면 대부분 변학도 역 송새벽을 꼽을 것이다. 송새벽이 연기한 변학도는 공부를 하고 벼슬을 딴 목적이 오로지 여자를 많이 사귀기 위한 것이란 목표가 확실(?)하고 성적으로는 사디스트적인 인물이다. 영화 후반부의 웃음을 거의 다 책임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어딘가 부족해 보이는 말투와 표정을 지닌 변학도는 약간은 바보 같고 착해보이기도 하다. 남원 부사로 부임해 춘향을 괴롭히며 수청에 목숨거는 변학도는 고전의 스토리와 같지만, 그 모양새가 너무나 달라 약자로 비춰지기도 한다. 거기에 변학도로 분한 배우의 일상적인 듯 자연스러운 연기가 믿어지지 않은 듯한 새로움을 자아낸다. 과장이 전혀 없지만 어떤 인물보다도 흡인력을 높인다. 실제로 '변학도의 연기를 잊을 수 없다'는 시사회의 평이 많다.
송새벽은 '마더'에서 세팍타크로 형사 역을 맡아 짧지만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줬고 설경구 주연 '해결사'에서 조연으로 출연할 예정이다. 아직 대중에게 낯선 이름과 얼굴이지만,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화제다. '방자전' 이후 또 다른 변신이 기대되는 연기자가 됐다.

스크린에 첫 발을 내딛은 가수 겸 연기자 탑(빅뱅, 최승현)의 변신도 볼 만 하다.
113억의 제작비가 투입된 전쟁영화 '포화속으로'의 시사 후 내주연을 맡은 탑은 이 작품을 통해 어린 아이돌 가수이지만 배우의 아우라를 풍기기 시작했다.
'포화속으로'는 6. 25 한국전쟁의 운명이 걸린 낙동강 지지선을 지키기 위한 남과 북의 처절한 전쟁 한복판에서 포화 속으로 뛰어 든 학도병 71명의 슬프고도 위대한 전투를 그린 실화 소재 영화. 극중 탑은 학도병 중대장 오장범 역을 맡아 진지한 내면연기를 선보인다.
탑은 이미 출연 배우들과 감독으로부터 "기대해도 좋다"는 반응을 얻은 바 있다. 베일을 벗은 '포화속으로'에서 역시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탑이다. 권상우, 차승원, 김승우 등 쟁쟁하고 기 센 남자배우들 속에서 그 존재감이 가려지지 않고 오히려 시너지 효과를 흡수한다.
내성적인 듯 슬픔을 머금은 눈빛, 전쟁으로 혼란스럽지만 의지가 빛나는 진중한 표정, 사투리임에도 과하지 않은 정확한 대사 등이 흡인력 있다. 특히 영화의 마지막 부분, 탑이 죽어가는 동료를 보며 눈물을 흘리는 클로즈업 장면은 영화의 가장 슬픈 신 중 하나로 보는 이를 압도하기 충분하다.
드라마 '아이리스'에서 가상 인물 만화 느낌의 캐릭터로 보여졌던 탑은 이 영화로 영역을 넓히며 현실 세계에 발을 디딘 연기 변신을 해냈다. 전쟁물은 멜로, 로맨틱코미디, 액션 장르와는 또 다른 의미를 지닌다. 보다 연기력과 집중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가수와의 차이점이 두드러지며 섬세한 연기를 해낸 탑에게서는 연기파로서의 가능성까지 느껴진다. 2010년 충무로는 벌써 두 명의 훌륭한 배우를 얻었다.
ny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