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노력했던 게 있으니까요. 최선을 다해야지요".
감독의 기다림과 선수의 분투. 꽤 시일이 걸리기는 했으나 드디어 폭발하기 시작했다. '이블 성열' 이성열(26. 두산 베어스)이 오랫동안 기다린 끝에 점차 잠재력을 현실화하고 있다.
이성열은 지난 1일 잠실 넥센전에서 6번 타자 우익수로 출장해 1-1로 맞선 2회말 상대 선발 금민철의 컷패스트볼을 밀어쳐 좌중월 솔로포로 연결했다. 2003년 LG에서 데뷔한 이후 8년차 시즌 첫 한 시즌 두 자릿수 홈런(10호)을 기록했고 이는 7-1 승리의 결승포가 되었다.

이날 활약까지 포함한 이성열의 올 시즌 성적은 51경기 2할7푼8리 10홈런 41타점(1일 현재). 홈런 공동 5위에 장타율이 5할1푼1리로 전체 10위에 달하는 호성적이다. 삼진 56개로 전체 1위라는 점이 아쉽기는 하지만 사실상 첫 선발 풀타임 활약임을 감안하면 상쇄될 수 있는 성적표. 득점권 타율도 2할8푼6리로 나쁘지 않다.
"팀에 마이너스가 되지만 말자는 게 제 1차 목표입니다. 포수로 등록된 만큼 원포지션인 포수로 뛰고도 싶지만 (양)의지나 (최)승환이 형이 있으니 일단 지금 얻는 출장기회를 잘 살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지요".
지난 2008년 6월 3일 최승환과 함께 2-2 트레이드(이재영+김용의)를 통해 두산으로 이적한 이성열은 그동안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적 후 한 달간 꾸준히 선발 출장 기회를 통해 컨택 능력을 키우는 데 집중했던 이성열은 그 한 달 동안 2할3푼2리(69타수 16안타) 7타점에 그쳤다.
그러나 그는 그동안 범타나 삼진으로 물러나더라도 일단 공을 맞추는 데 집중했다. 김경문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는 이성열이 일단 공을 맞추는 감을 찾을 수 있도록 기회를 줬다. 당해년도 초반 주전 우익수로 스타트를 끊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기회를 박탈당했던 LG 시절과는 달랐다.
이듬해 이성열의 1군 성적은 31경기 2할4푼6리 2홈런 5타점. 주로 2군에 머물렀던 이성열은 2군 경기서 본연의 스윙 궤적을 찾는데 주력했고 후반기 11경기서 3할6푼8리 2홈런 4타점으로 가능성을 비췄다. 김 감독은 이성열을 다시 한 번 주목하기 시작했고 마무리 훈련서부터 포수 전향을 지시하는 등 야구에 대한 재미를 다시 찾아주기 위해 노력했다.
물론 이성열이 단숨에 포수직을 꿰차기에는 무리가 있다. 김 감독은 포수 이성열에 대해 "포수로서 3년 간의 공백이 있지 않은가. 이는 3년을 쉰 투수와 다를 바가 없다. 당장 포수로 투입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그래도 그 과정을 통해 야구에 더욱 절실한 마음을 갖게 된 것 같다. 스스로 현 상황을 절박하게 여기면서 달려드는 만큼 감독 입장에서도 도와주고 싶다"라는 말로 타자 이성열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선수 본인 또한 올 시즌을 또 하나의 기회로 삼고 있다. "올해도 못하면 안 되요. 이번에는 진짜 잘 되어야 됩니다"라며 의미심장한 웃음을 보인 이성열은 "힘을 잔뜩 주고 공을 마중나가서는 안된다는 코칭스태프의 지시가 있었다. 뒤에서 힘을 주고 나서기보다 조금 더 투수에 가깝게 다가가 크로스되는 모습으로 공을 때려내고자 주력했고 마침 홈런이 나왔다"라는 말로 첫 한 시즌 10호 째 홈런에 대해 이야기했다.
첫 소속팀에서 대단한 기대감을 불러 일으켰으나 확실히 현실화하지 못한 채 트레이드되는 아픔을 겪었던 이성열. 코칭스태프의 기다림과 선수 본인의 절박함이 현실화되는 2010시즌이기에 앞으로 그가 양산할 타구에 조금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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