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 언니'에 패자는 없었다. 모든 출연진이 각자의 자리에서 알맞은 연기력으로 고른 호평을 얻어냈다.
화제작 KBS 2TV 수목드라마 '신데렐라 언니'(이하 신언니)가 오늘(3일) 마침내 종영한다. 고전 동화를 비튼 역발상 스토리로 눈길을 모았던 '신언니'는 대본이나 연출보다도 캐스팅으로 더 큰 주목을 받았다. SBS 드라마 '바람의 화원' 이후 차기작 선택에 공을 들였던 '국민 여동생' 문근영이 돌아오고 군 제대한 천정명이 브라운관에 복귀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드라마 팬들을 설레게 했다. 거기에 MBC 드라마 '탐나는도다'와 영화 '파주'로 깊은 인상을 남긴 신예 서우가 출연하고 최고의 아이돌 그룹 2PM 멤버 택연이 처음 연기에 도전한다는 소식은 호기심과 동시에 기대감을 부추겼다.
결과적으로 '신언니'가 최종회만을 앞둔 상황에서 주인공 4인방 중 패자는 없어 보인다. 말 그대로 모두가 수혜자다. '신언니'를 통해 저력을 입증했고 가능성을 인정받았으며 탄탄한 미래를 엿보게 했다. 더욱 즐거운 것은 네 사람 외에도 중견 배우 김갑수와 이미숙. 감초 강성진 등 모든 출연진이 고른 호평을 받아내며 작품성과 완성도를 높여줬다는 사실이다.

무엇보다도 괄목할만한 성과는 '여인' 문근영의 발견이다. 아역으로 데뷔, 앳된 외모와 친근한 인상으로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던 문근영은 꼬리표처럼 따라 다니던 '국민 여동생'이란 수식어 대신 '멜로의 여왕'이라는 찬사를 얻을 만큼 좋은 모습을 보였다. 어엿한 여대생이 됐지만 쉽게 걷어낼 수 없었던 아역 이미지는 '신언니' 속 은조 캐릭터를 통해 상당히 부서졌다. 극 초반 냉소적이고 비관적인 여고생에서 점차 '어른'으로 성장해가는 은조 역할을 통해 문근영은 이제 성인 연기자 대열에 무난히 합류한 듯 보인다. 더 이상 CF속 귀여운 이미지나 영화 '어린 신부' 속 맹랑한 여학생은 없다. 문근영은 진짜 여인이 되어 뭇 남성들의 판타지를 자극할 수 있는 위치로 올라섰다.
군 복무 이후 복귀작으로 '신언니'를 선택한 천정명도 성공적인 복귀 신호탄을 쐈다. 2년여 공백기 이후 첫 복귀작은 어느 배우에게나 부담스럽고 중요한 몫일 터. 특히나 군 복무로 대중을 떠났던 남자 배우라면 누구나 복귀작에 대한 스트레스가 심하다. 천정명 역시 제대 후 많은 영화와 드라마의 러브콜을 받았지만 '신언니'를 선택했고, 결과적으로 성공을 거둔 셈이다. 천정명 특유의 살인 미소와 감미로운 멜로 연기는 '그가 아니면 할 수 없다'는 찬사를 얻을 만큼 매력적이었다. 극 초반, 부담과 어색함에 다소 아쉬운 부분을 노출했던 천정명은 회를 더해가며 예전의 '감'을 되찾고 누구보다 완벽한 '기훈'으로 태어났다. 시청률 성적으로나 세간의 평가로 볼 때 천정명은 배우로서 복귀 신고식을 제대로 치른 듯하다.
'신인급' 서우와 '생짜 초보' 택연도 연기자로서의 밝은 앞날을 점치게 했다. 서우는 전작들을 통해 어느 정도 얼굴이 알려진 신예였지만 '신언니'를 만나 날개를 단 케이스다. 극 초반, 외동딸 '효선' 캐릭터 때문에 '오버 연기다', '과장된 애교다'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신인답지 않은 연기력을 선보이며 많은 팬들을 끌어 모았다. 연기 경력이 많지 않음에도 불구, 상당히 복잡하고 난해한 '효선' 캐릭터를 잘 소화해냈다는 평이다.
택연은 '신언니'가 발견한 '연기돌'의 보석이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성급하게 연기에 도전하는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많은 상황에 택연의 등장은 고정관념을 깨버릴 수 있을 만큼 인상적이었다. '무슨 연기를 얼마나 하겠느냐'는 세간의 우려 속에 시작된 택연의 연기 도전은 배우로 성장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라는 기대 어린 시선으로 바뀌었다. 은조(문근영 분)를 해바라기 하는 우직한 순정남 '정우'는 택연의 눈빛과 연기를 통해 여심을 파고들었다. 쉽지 않은 사투리 연기도 썩 잘해내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 밖에도 상대적으로 비중은 작았지만 '신언니'의 중추 역할을 해낸 김갑수와 이미숙도 큰 사랑을 받았다. 중년 남자의 순애보, 자식을 향한 무한 사랑을 가슴으로 연기해낸 김갑수(대성 역)와 독하고도 거칠지만 연민을 갖게 하는 강한 엄마 강숙으로 분했던 이미숙의 연기력은 '신언니' 페인을 양산해낸 결정적 이유다. 두 중견 배우의 연기력과 캐릭터 소화력은 작품 자체의 퀼리티를 높여줬을 뿐 아니라 '신언니' 시청자들을 잠 못 들게 하는 매력 포인트로 작용했다.
한편 '신언니' 최종회는 오늘 밤 9시 55분, KBS 2TV를 통해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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