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봉승보다 안아픈 것이 고마울 뿐이다".
아들을 향한 아버지의 마음, 부성애가 이렇다. '괴물'이라 불리며 국가대표 에이스로 자리잡은 류현진(23, 한화 이글스)을 아들로 둔 류재천(54) 씨의 표정은 요즘 미소와 아쉬움이 수도 없이 반복되고 있다.
한화와 SK 경기를 열린 2일 인천 문학구장. 류 씨가 한화 덕아웃에 살포시 고개를 내밀었다. 혹시라도 선수단에 누를 끼칠까 조심스럽게 행동했지만 아들 현진이를 찾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류현진은 전날(1일) SK전에서 완봉승을 거뒀다. SK 타선을 상대로 9개의 안타를 맞긴 했다. 하지만 13개의 삼진을 뽑아내는 위력적인 구위로 무실점, 팀의 3-0 승리를 이끌었다. 더구나 지난달 25일 대전 넥센전에 이은 생애 첫 2경기 연속 완봉승이었다.
전날은 물론 이날도 각팀 감독들과 언론들은 앞다퉈 류현진의 활약에 극찬을 쏟아냈다. 특히 상대팀 김성근 SK 감독도 이날 "우완, 좌완을 떠나 류현진은 선동렬 이후 상대 타자에게 위압감을 주는 투수"라며 "올 시즌 20승에 1점대 평균자책점도 가능하다"고 인정했을 정도였다.
자랑스런 아들을 둔 만큼 어깨가 절로 으쓱 올라갈 법도 하다.
그러나 류 씨는 이런 주위 평가를 모두 물리치듯 손사래를 치며 "2경기 연속 완봉승도 좋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아프지 않은 것이 고마울 따름"이라고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팀 사정상 에이스로서 짊어져야 할 아들 류현진의 몫을 잘 알고 있지만 아들에 대한 짠한 마음은 지울 수 없었던 모양이다. 류현진은 전날 총 128개의 공을 던졌다. 그러고도 "더 던질 수 있다"고 자신감 넘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부모인 자신은 둘째치더라도 아들이 고교 시절 팔꿈치 인대접합수술 때문에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잘 알고 있기에 씁쓸함을 지울 수 없었다. 류현진 뿐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이기기 위해 얼마나 힘들게 훈련하는지 이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현진이가 등판한 경기는 단 한 경기도 빼놓지 않고 본 류 씨는 그 때문인지 "현진이가 경기 전 몸을 푸는 것만 봐도 컨디션이 좋은 지 아닌지 바로 알 수 있다"는 류 씨는 "그런데 여기(문학구장)는 구조상 안보이니까 답답할 때가 있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국내 최고의 프로야구 구장으로 손꼽히는 문학구장도 아들을 보고 싶은 아버지의 마음을 충족시키지는 못하는 모양이다.
이어 벌써부터 이곳저곳에서 들리는 해외진출과 관련해서도 "그런 말은 그냥 듣고 흘려버린다. 그 때 일은 그 때가 돼봐야 아는 것 아닌가"라며 "다른 것보다 아프지 않고 선수생활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해외진출 이야기는 나중에 해도 늦지 않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팬들에게는 커다란 즐거움과 환희를 안겨 주는 류현진의 '괴물피칭' 속에는 그를 묵묵히 바라봐야 하는 아버지의 마음도 함께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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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류현진 아버지 류재천 씨가 2008 베이징올림픽 당시 응원하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