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가 마운드를 조금씩 손보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부상과 체력적인 문제가 시작되는 6월을 맞아 일찌감치 마운드에 대한 정비를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이 중심에는 37번 '큰' 이승호(34)와 '여왕벌' 정대현(32)이 있다.
김성근 SK 감독은 2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홈경기에 앞서 37번 '큰' 이승호(34)에 대해 "앞으로 로테이션에 넣어 선발로 기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승호는 1일 문학 한화전에서 선발 등판, 5회 무사 1루까지 '괴물' 류현진과 팽팽한 투수전을 펼칠 정도로 호투를 펼쳤다. 4이닝 동안 3개의 안타와 2개의 볼넷을 허용했지만 2탈삼진을 보태며 실점없이 임무를 마쳤다.

선발 투수의 임무인 5회를 채우지는 못했지만 작년 4월 18일 이후 거의 14개월만의 첫 선발 등판이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김 감독도 "한화를 상대로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포크볼이 좋았다"며 "이승호가 올라온 것이 우리에게는 상당한 플러스"라고 긍정적인 표정을 이끌어냈다.
이에 따라 '큰' 이승호는 카도쿠라, 글로버, 김광현, 송은범과 함께 5선발 체제의 새로운 일원이 됐다. 그동안 이승호의 가세는 '합작 5선발'로 활약했던 고효준과 엄정욱의 부담을 덜어줄 것으로 보인다. 하루씩 번갈아 롱맨으로 기용이 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캠프 때 좋았던 볼이 요즘 잘 나오지 않는다"는 엄정욱에 대한 평가가 또 다른 변화를 예고하고 있기도 하다.
2일 문학 한화전에서는 정대현이 마무리로 기용됐다. 2-1로 앞선 상황에서 20번 '작은' 이승호를 끝까지 기용하는 대신 정대현으로 경기를 종결지었다. 지난달 7일 대구 삼성전에서 올 시즌 처음으로 등판했던 정대현에게는 첫 세이브 기회였다. 당연히 승리를 지켜내 시즌 첫 세이브를 올렸다.
이는 곧 그동안 많은 이닝을 소화해내야 했던 '작은' 이승호의 어깨 짐을 조금 덜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더블 스토퍼 체제를 갖춰 상대 타자 등 상황에 따라 알맞게 둘의 투입을 조절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는 정우람에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정대현의 상태가 아직 완벽하지 않은 상태라는 점이다. 지난 시즌 후 무릎 수술을 받은 정대현은 이날 경기 후 "보직은 감독님께서 결정하실 문제고 지시에 따르면 된다"고 여유를 보이면서도 "아직 몸이 완벽하지 않다. 스트라이크를 집어넣는데 급급할 정도다. 지난 29일 롯데전에서야 처음으로 유인구를 던져봤을 정도다. 성격상 완벽한 상태로 마운드에 올라야 한다는 생각에 살짝 예민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김 감독의 6월 새로운 마운드 운영이 어떤 모습을 갖출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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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승호-정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