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좌완 에이스로 떠오른 양현종(22)이 파죽지세로 달리고 있다.
첫 등판에 나선 지난 3월30일 삼성 광주경기에서 4이닝 6실점의 부진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구위가 워낙 안좋았기 때문에 올해 행보에 암운이 드리운 듯 했다. 그러나 언제 그랬냐듯 이후 10경기에서 9연승을 달리고 있다. 말 그대로 나가면 이긴다.

급기야 지난 2일 삼성을 상대로 9개의 탈삼진을 뽑아내며 4피안타 2볼넷만 내주는 완봉쇼를 펼쳤다. 2007년 데뷔 이후 4년만에 맛보는 생애 첫 완투이자 완봉의 기쁨이었다. 이 완봉승에서 양현종의 존재감은 그대로 묻어났다. 자신감과 여유 넘치는 피칭으로 자신의 구위를 배가시켰다. 사실상 KIA 에이스 노릇을 하고 있다.
양현종에게 입단 4년째를 맞는 올해는 대단히 중요하다. 이루고 싶은 일이 너무 많다. 지난 해 12승을 따내며 첫 10승 벽을 뚫었던 양현종은 올해 15승 이상을 목표로 삼았다. 그러나 말이 15승이지 거대한 봉우리였다. 그런데 개막 두 달만에 벌써 9승을 따냈다. 앞으로 예상되는 15차례 이상의 선발등판 가운데 6승을 따내면 등정할 수 있다. 단지 15승 뿐만 아니라 다승왕까지 도전하게 됐다.
아울러 이제는 류현진(한화)와 김광현(SK)의 좌완 양강구도를 바꿔놓는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두 선수는 지금까지는 한국야구의 대표 좌완으로 꼽혔다. 모두 다승왕을 지냈고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의 주역으로 활약하면서 자연스럽게 얻는 훈장이었다. 그러나 양현종은 올해 다승왕 도전과 함께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견줄 수 있을 정도로 부쩍 성장했다. 좌완 원투펀치가 아닌 좌완 명품 트리오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창출하고 있다.
양현종은 오는 11월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발탁이 확실해졌다. "올해 최대 목표는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거는 것"이라고 여러번 밝힌 바 있다. 올해 압도적인 성적과 함께 대표팀 예비엔트리에 포함됐고 이런 추세라면 자연스럽게 태극마크를 달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 해 11월 나가사키 한일 챔피언십 경기에서 일본 최강팀 요미우리 타자들을 혼쭐 낸 바 있어 국제용으로도 손색이 없다는 점을 증명했다. 사회인(실업팀)으로 구성된 일본 대표팀을 상대로 등판하더라도 자신감 있게 던질 수 있는 귀중한 경험이었다.
팀에게는 승리의 보증수표로 자리잡았다. 조범현 감독은 양현종이 나가면 이긴다는 승리방정식에 흐뭇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양현종이 등판하면 초반부터 방망이가 펑펑 터진다. 잘 던지고도 승리를 못챙긴 서재응이 "정말 좋겠다"고 부러움을 표시한다. 이처럼 양현종은 입단 4년만에 대단한 투수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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