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적이고 화려하다. 배우 박해미를 보면 보는 사람에게까지 '파이팅'의 기를 불어넣는 지칠 줄 모르는 에너지가 느껴진다.
뮤지컬과 연극, 시트콤에 드라마까지 장르를 넘나들며 왕성하게 활동하는 박해미가 영화 '내 남자의 순이'(27일 개봉)로 스크린에까지 영역을 넓혔다.
극중 박해미는 50억원 짜리 다이아몬드를 차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주인공 세라 역을 맡았다. 첫 영화 경험에 대해 묻자 박해미는 "어릴 때부터 영화에 대한 꿈이 있었다"고 말했다.

스크린에는 '노메이크업'으로 등장한다. 캐릭터에 맞춰 아이라인 작은 선 하나도 그리지 않았다. 역할을 위한 나름의 '포기'다. 하지만 스크린에 비친 화장기 없는 박해미의 모습은 자연스럽고 아름답다. 본인 스스로도 연기를 떠나 얼굴 자체는 나쁘지 않은 것 같다, 고 말했다. 원래 박해미의 화려하고 뚜렷한 이목구비는 드라마보다는 영화와 더 잘 맞는 것 같기도 하다.
그녀에게는 많은 시나리오가 들어왔었다. 유난히 에로물이 많기도 하고 마음에 드는 작품이 없었다. 하지만 기다림 끝에 이번 영화가 다가왔고 선택했다. 조폭과 맞대결을 펼치는 중년 여성의 캐릭터가 매력적이라고 했다. 드라마에서는 중년 여성이 주인공을 하기 쉽지 않은데, 영화는 보다 가능성이 크다. "거침없고 강한 중년 여성 캐릭터가 흔치 않은 재미를 주더라"고 '내 남자의 순이'의 매력에 대해 전했다.

영화와 드라마 환경이 너무 다르지 않냐는 말에는 "우리 영화가 최대한 돈을 절약하면서 빡세게(?) 찍어서 그런지 일일드라마 때와 비슷했다"고 말하며 웃어보였다. 너무나 인간적이고 훈훈한 동료애가 느껴져 행복하게 촬영했다고. 그것 하나로도 이번 영화는 값지다.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으로 대중 스타가 되기 전에, 먼저 뮤지컬 배우로 이름을 날린 그녀다. 이화여대 성악과 3학년이던 1984년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의 주역을 맡으면서 뮤지컬 배우가 됐다. 이후 뮤지컬 '맘마미아'에서 도나 역을 맡으면서 대중에게 인지도를 높였다.
어렸을 적부터 연극, 뮤지컬, 무용 등 예술 분야에 미쳐있었다. 그녀가 관심 없는 분야가 있다면 '이성'이었다. 남자에 대해서는 유난히 관심이 없고 보수적이었다고. 미팅을 해도 본인에 따르면 "말을 잘 하니까 그냥 치고 빠지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남자와 손 잡는 것 조차 싫어했다.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자신은 "본인의 이름 석자를 날릴 것"이라고 어렸을 때부터 어렴풋이 생각했다. 딸 다섯 중 장녀인 박해미는 동생들에 비해 집안에서 갖은 혜택을 받았지만, '문제아'였다. 학창시절부터 기질적으로 호기심이나 반항심이 '장난이 아니었다'. 선생님들도 "쟤를 감당하기가 쉽지가 않다"고 혀를 내두르곤 했었다.
열정을 뿜어낼 곳이 필요했고, 그곳이 무대였다. 뮤지컬에 대한 그녀의 열정은 각별하다. 지난 3월부터 대학로 더굿씨어터에서 직접 제작한 코믹 뮤지컬 '키스 앤 메이크업'을 공연하고 있다. 9월께는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에 참여한다. 자신의 이름을 건 해미뮤지컬컴퍼니라는 뮤지컬 제작사도 10년째 운영하며 창작 뮤지컬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본인에 따르면 '사명감'을 갖지 않으면 이런 일은 미친 일이다. 이 바닥에서 창작에 몰두하는 건 보통 사람은 할 수 없다.
"김갑수 선배도 드라마 하면서, 시간 날 때마다 연극에 열정을 쏟아 붓는다. 우리 같은 사람들은 열정을 충분히 누릴 수 있는 무대가 필요하다. 브라운관으로는 만족을 못하는 거지"라고 말한다. 그렇기에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아도 시간이 없다.
"창작은 뼈를 깎는 고통이지 않냐"라고 했더니, "그게 너무 재미있다. 거기에 대한 희열은 아는 사람만 안다"라고 말하며 웃어보였다.
박해미의 가장 큰 장점은 스스로를 존중하고 사랑한다는 것이다. "미래가 안 보일 것 같아도 나 자신의 가능성을 알아주고 스스로 인정해 줘야 한다. 누구나 슬럼프가 있다. 그 때는 그냥 도약을 위한 동면 시기로 생각하고, 마음을 편하게 먹어야 한다. 나 자신을 끊임없이 사랑하고 '넌 잘하고 있어' 이렇게 말해줘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녀는 오는 10월께 미니시리즈도 한 편 찍는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역에 대해 묻자 "나만의 색깔이 담길 수 있는 에너자이틱한 인물이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가장 싫은 것이 남자 주인공에게 기대는 지고순한 역이라고. 짧은 분량이어도 존재감이 드러날 수 있기를 바란다. 극을 좌지우지하고 한 바탕하고 뿜어낼 수 있다면 재미있게 할 것 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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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