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동료들이 뛸 때 재활을 하고 있었으니 오죽 답답했겠는가".
투수진의 연쇄 누수로 힘든 상황에서 1년 반 만에 1군 그라운드를 밟은 투수는 은근하게 감독의 기대감을 높였다. 김시진 넥센 히어로즈 감독이 609일 만에 수술-재활을 마치고 돌아온 사이드암 박준수(33)에 대한 기대감을 비췄다.
김 감독은 지난 2일 잠실 두산전서 강정호의 결승 투런 포함 4타점을 앞세워 7-1 승리를 거뒀다. 이 과정에서 김 감독은 9회말 네 번째 투수로 박준수를 투입했다. 2006년 38세이브를 올리며 과거 현대 유니콘스의 마무리로 활약했던 박준수는 지난 2008년 10월 1일 목동 삼성전을 끝으로 자취를 감췄다.

이유는 팔꿈치 및 어깨 수술. 2008시즌 후 지난해 1월 팔꿈치 수술을 받으며 임의탈퇴 공시되었던 박준수는 그해 6월 어깨 수술까지 받으며 어느 누구보다 힘든 한 시즌을 보냈다. 그가 없는 동안 소속팀 히어로즈는 황두성-신철인-이보근이 번갈아 뒷문을 봉쇄하는 고육책으로 2009시즌을 마쳤다.
넥센의 현재 계투진 또한 한 명의 선수가 아쉬운 순간이다. 특히 마일영(한화)을 주고 데려온 잠수함 마정길이 최근 3경기서 연속 실점하는 등 페이스 부조의 모습을 보이며 2군으로 내려갔기 때문에 기대를 갖고 1군으로 올린 박준수의 현 상태가 김 감독을 더욱 집중하게 했다.
다행히 박준수는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이며 609일 만의 1군 등판을 비교적 성공적으로 마쳤다. 점수 차가 다소 큰 상황이었으나 박준수는 움직임이 좋은 직구와 주무기 슬라이더를 섞으며 첫 타자 최승환을 삼진으로 일축한 뒤 대타 정수빈을 2루 땅볼로 막아냈다. 아프지 않다면 계투진 한 자리를 맡겨도 될 것 같다는 것이 김 감독의 이야기.
"2~3점 차라면 투입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 7-1로 앞서있었고 여유가 있어 박준수를 일단 투입했다. 오랜 실전 공백에도 잘 막아냈고 앞으로 부상만 없다면 괜찮을 것 같다".
뒤이어 김 감독은 잇단 수술과 힘든 재활기를 거치고 돌아온 제자의 마음을 헤아리며 다소 굳은 표정으로 박준수에 대한 희망사항을 이야기했다. 팀 상황도 투수 한 명이 아쉽지만 그동안 1군 마운드가 그리웠던 선수 본인이 아픔 없이 나래를 펼치길 바랐다.
"선수 생활에 있어 가장 힘든 것이 재활이다. 동료들은 열심히 뛰고 있는데 혼자 재활하며 밖에서 야구를 지켜보는 일이 오죽 답답했겠는가. 3일 경기서도 여유있는 상황에서 체크해 볼 것이다. 건강한 몸 상태라면 우리 투수진의 플러스 알파가 될 것이다".
현재 넥센은 선발 투수는 물론 계투 요원의 존재도 절실한 상황. 오랜 재활을 마치고 팀에 합류한 박준수에 대한 김 감독의 기대감은 더욱 간절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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