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 탱크' 박지성 존재 더 커보인 스페인전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0.06.04 03: 13

'산소탱크'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대표팀 전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또 한 번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FIFA랭킹 47위)이 4일(한국시간) 새벽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티볼리노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세계 강호 스페인(2위)과의 2010 남아공월드컵을 앞둔 평가전에서 0-1로 패했다.
후반 40분 스페인 오른쪽 공격수 헤수스 나바스에게 내준 중거리슛이 아쉽게 결승골이 되고 말았다.

스페인전은 본선에서 만날 아르헨티나전을 대비한 것이었다는 점에서 여러 의미가 있었다. 무엇보다 주장 박지성이 허벅지 통증으로 빠진 가운데 꾸려진 대표팀을 전력을 알 수 있었고 그에 따른 다양한 시도를 볼 수 있었다.
박주영(모나코)이 원톱으로 나선 가운데 염기훈(수원) 김재성(포항) 이청용(볼튼)이 공격형 미드필더로, 기성용(셀틱)과 김정우(광주)가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서 중원을 맡았다.또 후방은 골키퍼 이운재를 비롯해 이영표(알 힐랄) 조용형(제주) 이정수(가시마) 오범석(울산)이 지키는 4-2-3-1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평소 박지성이 맡던 왼쪽 미드필더에 변화가 주어졌으나 결론적으로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박지성을 대신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경기 내내 수비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였던 대표팀의 왼쪽은 전체적으로 생기가 없었다.
경기 초반 염기훈이 활로를 찾지 못하자 김재성이 잠깐 왼쪽으로 나서기도 했다. 그러다 이청용이 도맡았고 간간이 이영표가 공격 진영까지 깊숙하게 침투하는 모습이었다.
전반 12분 염기훈이 왼쪽 진형을 파고들다 김정우에게 슈팅 찬스를 열어준 것 외에는 인상적인 장면이 없었다. 염기훈은 오히려 오른쪽으로 옮긴 뒤 빛을 발했다. 특히 후반 1분 박주영이 골키퍼와 맞설 수 있는 정확한 중앙 크로스 패스를 띄우기도 했다.
후반 3분 이청용이 스페인 진영을 파고들었고 이영표가 돌파를 시도했다. 후반 20분에는 안정환이 투입되면서 박주영이 왼쪽 윙으로 간간이 나서 활로를 모색하기도 했다. 그러나 박지성의 공백을 메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또 스페인 오른쪽 공격수인 나바스를 한 번 걸러줘야 할 완충 역할을 하지 못했다. 전반 25분 라모스에게 GA로 날아드는 날카로운 크로스를 허용하는 빌미가 되기도 했다. 수비수들이 나바스에게 몰렸지만 나바스의 힐킥에 뒷공간이 비었기 때문이었다.
 
종횡무진 미드필드를 누비면서 수비까지도 깊이 관여하던 박지성의 부재를 보여준 장면이었다. 한마디로 상대 미드필드 진영을 흔들고 대표팀 미드필드에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선수가 아쉬웠다.
결국 대표팀에 골고루 퍼져야 할 산소 배분을 맡아야 할 박지성의 부재가 여실하게 드러난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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