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한 수비는 만족스러웠다. 그러나 역습의 날카로움은 여전히 고민을 남겼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이 4일(이하 한국시간) 새벽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티볼리노이 스타디움에서 '가상의 아르헨티나'로 상정된 스페인과 평가전에서 0-1로 패했다.
이로써 한국은 스페인과 역대 전적에서 2무 2패를 기록하게 됐다. 그러나 경기 결과와 달리 허정무호의 수비는 높은 평가를 받았다. 스페인이 최근 A매치 46경기에서 단 1패를 기록할 정도로 인상적인 경기력을 과시하는 상대였기 때문이다.

▲ 수비의 견고함은 합격점
이날 한국은 수비에서 자신감을 얻었다.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스페인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후반 40분 헤수스 나바스에게 내준 실점 외에는 견고함을 과시했다.
더군다나 스페인은 후반 들어 다비드 비야와 다비드 실바, 사비 알론소와 샤비 등 주축 선수들을 모두 내보낸 상황이었다. 전반적으로 하프라인 아래로 내려앉는 형태였지만 객관적인 전력에서 앞서는 아르헨티나전을 고려하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스페인은 좌우 측면의 날카로운 크로스와 빠른 스피드로 득점을 노렸지만 공간을 신중하게 메우면서 효율적인 수비를 펼치는 한국을 무너뜨리지는 못했다. 물론 스페인이 보여준 공격적인 수비 형태는 배울 필요가 있었다.
▲ 역습의 무딘 칼날은 고민
그러나 수비와 달리 공격에서는 다소 문제점을 드러냈다. 역습 상황에서 고질적인 공격 숫자의 부족을 선보였을 뿐만 아니라 그 스피드에서도 상대를 압도하기에는 부족했다. 인상적인 공격은 전반 44분 박주영과 이청용의 2대1 패스에 이은 두 차례의 슈팅뿐이었다.
수비에 치중하는 상황에서 얻기 어려운 역습 기회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특히 역습의 정교함을 높일 수 있는 세부 전술이 필요하다. 역습 상황에서 약속된 공간을 파고드는 형태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런 면에서 조용형의 분발이 요구되고 있다. 역습을 살릴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선수는 조용형 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대길 KBS N 해설위원은 "수비의 수동적인 태세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이 상황에서는 역습을 어떻게 펼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역습 상황에서 상대 진영으로 공을 연결할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아르헨티나전도 스페인전과 크게 다른 양상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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