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어떤 성적을 거두고 싶다는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무리수지요. 아프지 않고 하나하나씩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긴 그는 감격의 순간을 위해 스파이크 끈을 질끈 동여맸다. 두 번의 수술과 재활의 긴 터널을 지나온 사이드암 투수 박준수(33. 넥센 히어로즈)가 더 밝은 미래를 꿈꾸며 밝은 웃음을 보였다.
서울고-경희대를 졸업하고 지난 2000년 현대 유니콘스에 입단했던 박준수는 2006시즌 5승 5패 38세이브(2위) 평균 자책점 1.82의 호성적으로 맹위를 떨쳤다. 그러나 2008년 10월 1일 목동 삼성전 ⅔이닝 퍼펙트 투구 이후 1군 마운드에서 자취를 감춘 채 수술과 재활에 전념하며 끝이 보이지 않는 듯 했던 터널에 진입했다.

특히 팔꿈치 수술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어깨 수술까지 받았다는 점은 지난 1년 간의 재활 기간이 엄청나게 힘들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오랫동안 재활에 전념했던 박준수는 올 시즌 2군 남부리그에서 12경기 1승 1패 1홀드 평균 자책점 4.70(4일 현재)의 성적을 올렸고 지난 2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1군에 등록되어 당일 ⅔이닝 퍼펙트 투구를 펼쳤다.
김시진 감독은 박준수에 대해 "아프지 않은 지 여부를 살펴보며 여유있는 순간 출장 기회를 줄 것이다.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계투진에 더없이 좋은 일"이라고 밝혔다. 과거 실적도 있는데다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긴 제자에 대한 따뜻한 마음이 담겼다.
3일 두산전을 앞두고 만난 박준수는 임의탈퇴공시로 지낸 지난 한 시즌을 돌아보며 "당연히 야구가 그리웠다. 그래서 사복 차림으로 가끔 목동-잠실구장을 찾기도 했다"라는 말로 힘든 재활기간을 떠올렸다. "차근차근 올라가겠다"라는 소박한 1차 목표에 더 나은 모습을 꿈꾼 박준수의 이야기에는 일반적인 목표 그 이상의 무엇을 느낄 수 있었다.
다음은 박준수와의 일문일답.
- 609일만의 1군 등판(2008년 10월 1일 목동 삼성전 이후)을 축하한다. 감회를 묻고 싶다.
▲ 선수는 경기장에 있어야 비로소 그 존재가치가 있는 법이다. 더없이 좋고 기뻤다.
- 힘들었던 재활 과정에 대해 묻고 싶다. 특히 팔꿈치에 이어 얼마 지나지 않아 어깨 수술을 받았던 만큼 다른 선수보다 훨씬 힘들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 원래 유리몸이었다.(웃음) 2006시즌 활약 이전 2군에서도 한 시즌 풀타임을 소화한 적이 없었다. 아무래도 지금은 선수로서 적은 나이가 아닌 만큼 무리수를 두기보다 보다 완벽한 몸 상태를 갖추는 데 주력했다.
- 2006시즌 당시 움직임이 좋은 직구는 물론 궤적을 달리한 여러가지 슬라이더가 인상적이었다. 팔꿈치 수술 경력으로 인해 슬라이더 구사에 무리가 있거나 한 것은 아닌지.
▲ 단순히 슬라이더 구사에 팔꿈치 부하가 갔을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앞서 이야기했다시피 2006시즌 전까지는 한 시즌 풀타임 소화 경력이 없었는데 2006년 38세이브를 하며 스스로 무리를 했던 듯 싶었다. 2007시즌에도 어떻게 한 시즌을 치렀는데 그와 함께 몸에도 무리가 왔던 것 같다.
- 넥센의 2군 홈 구장이 이제는 전남 강진으로 옮겨졌다. 이동거리도 그렇고 이전보다 훨씬 힘들었을 듯 한데.
▲ 아직 프로선수가 확실히 재활을 할 수 있는 만큼의 재활 시스템이 갖춰진 것 같지는 않다는 게 내 생각이다. 구단에서 전략적으로 구축한 팜 시스템이 아니라 원래 개인이 만든 야구장이지 않은가. 재활 선수 입장에서 보면 아무래도 그 점이 조금 힘들었다고 생각한다.
- 지난해 사복 차림으로 잠실구장 덕아웃을 찾았던 모습이 생각난다. 그만큼 야구가 그리웠을 것 같다.
▲ 당연하다. 한 해 두 부위를 수술하며 재활을 선택했던 만큼 공을 잡지 못하는 시간 동안 자극제도 필요했다. 홈 구장 목동은 물론 잠실구장도 찾아 동료들도 만나고 경기도 지켜보면서 스스로를 담금질하고자 했다.
- 오랜만의 1군 등판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며 순조롭게 스타트를 끊었다.
▲ 1군 동료들도 많이 격려해줬고 2군에서 재활 중인 동료들도 전화를 걸어와 축하한다고 해주더라. 많이들 격려해줘서 정말 고마웠다.
- 목표를 묻고 싶다. 아무래도 야구장에서의 활약이 그리웠던 만큼 생각하는 목표치가 더욱 특별할 텐데.
▲ 일단 아프지 않고 하나하나씩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아파서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동안 내 자리를 잃었지 않은가. 구체적으로 좋은 성적을 올리고 싶다는 목표도 세우고 싶지만 수술과 재활을 거쳤던 만큼 차근차근 계단을 밟듯이 노력하겠다. 제자리를 찾으려면 정말 열심히 잘 해야 한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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