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박종훈(51) 감독은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항상 강조한다.
그러나 LG가 3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시즌 9번째 맞대결에서 2-11로 대패하자 박종훈 감독이 단단히 화났다. 대패에 대한 창피함보다 경기 초반부터 선수들이 상대를 추격하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고, 중반부터는 긴장감마저 떨어지며 공격다운 공격 한번 해보지 못하고 패했다. LG는 3일 경기에 패하기 전까지 4연승을 달리고 있었다.
경기 후 박 감독은 "감독인 나의 어떤 결정이 선수들로 하여금 경기를 일찍 포기하게 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겠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박 감독이 화가 난 부분은 평소 때 LG 선수들에게 주문했던 점에 비춰 3가지로 생각할 수 있다. 먼저 박종훈 감독은 투수들이 마운드 위에서 자신의 감정을 컨트롤 하지 못하고 집중타를 허용하는 것을 싫어한다. 그리고 타석에서 끈기 없는 타자들의 모습들, 경기에 집중하지 못하고 실책을 연발하는 수비수들도 박 감독으로 하여금 '선수들이 경기를 포기했다'는 인상을 심어줬다.
이날 LG는 선발로 심수창이 등판했다. 그러나 오랜만에 1군 경기 출장에 심수창은 2회를 버티지 못하고 1⅓이닝 동안 8개의 안타를 맞고 5실점하며 마운드를 내려갔다. 공이 가운데로 몰리며 6타자 연속 안타를 맞았다. 심수창을 이어 마운드에 오른 한희도 5회 연속 안타를 맞고 3실점했다. 정재복 역시 경기 막판인 8회 3점을 허용했다. 세 투수 모두 집중타를 맞았던 것이 박 감독을 예민하게 했다. 이들이 집중타를 맞지 않았다면 최근 LG 타자들의 컨디션에 비춰볼 때 경기 중반 또는 후반에 충분히 추격이 가능했다.
타자들은 롯데 선발 사도스키의 호투에 밀려 7회까지 3안타 1볼넷을 얻어 내는데 그쳤다. 7이닝 가운데 5이닝을 삼자 범퇴로 물러났다. 경기 후 사도스키는 "SK전에 비해 제구가 높게 돼 LG 타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와 초반에 조금 고전했다"고 말했다. 박 감독의 눈에는 사도스키를 충분히 공략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안타가 못 된다면 볼넷이라도 걸어 나가는 적극적인 모습이 필요했다.
마지막으로 박 감독은 8회 유격수 오지환의 연속된 실책은 경기를 포기해 집중력이 떨어졌다는 판단이었다. 실책을 저지른 오지환 뿐 아니라 다른 선수들의 움직임도 꼬집을 수 있다. 9회초 2사 후 나온 박병호 역시 낫아웃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1루로 뛰려는 의지 없이 터벅터벅 덕아웃으로 걸어 들어오는 모습도 박 감독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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