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언니' 택연, 잘 묻어갔을뿐...연기력 부족
OSEN 윤가이 기자
발행 2010.06.04 09: 00

3일 종영한 KBS 2TV 수목드라마 '신데렐라 언니'(이하 신언니)에 출연했던 아이돌 그룹 2PM 멤버 택연이 '묻어가기'에 성공했다. 이 작품으로 난생 처음 연기에 도전한 택연은 좋은 작품과 좋은 배우들을 만나 썩 괜찮은 포장지로 포장됐다.
이 작품을 통해 '연기돌' 선언을 했던 택연은 극중 은조(문근영 분)를 해바라기 하는 우직한 남자 '정우'로 분했다. 문근영 천정명 서우에 비해 비중은 작았지만 극 전개상 존재감이 큰 캐릭터였다. 한결같은 순애보, 은조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어디서든 나타나는 슈퍼맨은 여심을 흔들기 충분한 인물이었다. 그러나 택연이 과연 연기력으로 평가 받을 수 있을 만한 모습을 보여줬는지 의구심이 남는다. '웰메이드 드라마'로 평가 받았던 '신언니'를 데뷔작으로 선택한 센스는 높이 살만 하지만 좋은 작품에 명품 배우들과 섞여 있으니 과대평가된 부분들이 많았다.
3일 최종회에서 정우는 은조에 대한 영원한 '충성'을 약속하고 '대성도가'를 떠났다. 마지막까지 은조에 대한 불변의 사랑을 보여줬고 미래를 다짐했다. 여성이라면 누구나 품고 있는 우직한 순애보에 대한 로망을 건드리는 장면이었다. 그러나 택연의 연기는 그 매력적이고 눈물 나야 할 장면의 감동을 선사하지 못했다. 감정과 눈물을 리드한 것은 선배 배우 문근영이었다. 물론 초보다. 데뷔작에서 절절한 연기를 선보이길 바란다면 과욕이겠지만 주옥같아야 할 그 장면에 '배우' 택연의 처절함이 보이지 않았다.

많지 않은 대사. 적은 장면이지만 정우의 역할은 중요했다. 오히려 기훈(천정명 분)보다 더 멋있을 수도 있었던 정우 캐릭터는 택연의 어설픈 연기력 탓에 그 매력이 반감되고 말았다. 사투리 연기는 차치하고서라도 표준어로 구사하는 대사조차 전달력이 떨어졌다. 웅얼대는 말투에서, 중요하고 찬란한 감정들이 주먹 안 모래처럼 새어 나갔다. 한마디로 호소력이 부족했던 택연의 연기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기훈과 정우를 견주게 하도록 만들지 못했다. 물론 정서상으로 기훈이 사랑을 쟁취할 것임을 우리는 알고 있었지만 멜로드라마에서 두 번째 남자의 매력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우리는 이미 여러 번 체험했다.    
결국 청혼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은조를 놓고 떠나는 뒷모습으로 택연의 연기 데뷔 무대는 끝이 났다. 아주 단순한 몇몇 표정만으로 '사랑하기에, 혹은 사랑하지만 널 떠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엔 무리가 있지 않았을까. 쉬운 듯 보이지만 어려운 캐릭터가 '정우'였다. '생 초보' 택연에게는 너무 버거운 역할이었기에 그 매력적인 캐릭터가 존재감을 상실하고 사라졌다.
결론적으로 택연은 좋은 대본과 연출, 연기 잘하는 선배 배우들 덕분에 호평 받은 작품에 잘 묻어갔다. 무임승차까진 아니지만 많은 준비도, 치열한 고민도 보이지 않았던 단조로운 연기만으로 선전하며 화려한 포장지를 입었다. 
issue@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