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MBC를 상징하는 프로는 보도룩의 오후 9시 '뉴스데스크'나 월화 대작사극 '동이'가 아니다. 토요일 저녁 예능인 '무한도전'이 시청자들의 애칭대로 '마봉춘' MBC를 이끄는 상징으로 자리잡은 지 이미 오래다. '무한도전'이 도대체 뭐길래.
1990년대까지만해도 예능 프로들은 TV 시청률을 이끄는 약방의 감초 노릇을 하면서도 권위 있는 보도국에 치이고 힘 있는 드라마국에 밀리며 천덕꾸러기 설움을 톡톡히 겪었다. 마찬가지로 예능이 주요 활동무대인 예능 PD와 코미디언(개그맨)들의 영향력도 아직 미미했던 시절이다.
그러나 예능의 암흑시대는 2000년대 들어 여명을 맞이하고 있다. 어리거나 젊은 시청자들이 저마다 선호하는 예능 프로에 강력한 지지와 찰떡같은 성원을 보내면서 힘을 실어주는 까닭이다.

방송국 입장에서도 IMF와 세계 금융 위기를 겪은 후, 대형 드라마나 다큐멘타리 제작에 비해 상대적으로 돈이 적게 들면서 장기간 안정된 시청률을 올리는 인기 예능 프로가 효자 종목으로 급부상했다.
이같은 예능 돌풍의 선두에 바로 '무한도전'이 있다. 한때 시청률 30%를 웃돌았던 '무한도전'은 한 마디로 대한민국 평균이하 남자들의 무모한 반란을 주제로 해 취업난에 시달리는 젊은 층의 호감을 샀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오뚝이마냥 긴 인고의 세월을 거쳐 정상에 오른 뚝심도 '무한도전' 시청자들을 감동시킨 부분이다.
'무한도전'은 이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시청률은 13~20% 박스권에 머무르고 있지만 영향력은 떨어지지 않았고 고정팬들의 결속력 또한 대단하다. MBC가 장기간 파업 등으로 힘든 시간을 보낼 때 절대적인 지지 의사를 표한 이들도 '뉴스 데스크' 시청자 아닌 '무한도전' 팬들이다.
이들은 오랜 결방 사태 속에 '무한도전' 200회 특집 방송으로 복귀했던 지난 달, 화끈한 시청률 보답으로 변치않는 믿음을 알렸다. 일개 예능 프로에서 MBC의 상징으로 거듭난 게 '무한도전'의 오늘날 위상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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