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 앤더 시티 2'의 미녀 4인방을 최근 도쿄 프리미어에서 만났다. 전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있으켰던 TV 시리즈부터 이제 극장판 영화의 속편까지, 13년 세월을 함께한 이들의 실제는 어떤 모습일까.
극중 가장 지적인 캐릭터(변호사 미란다)지만 가장 덜 예쁜(?) 이미지의 빨간 머리 신시아 닉슨이 니콜 키드먼을 연상시키는 금발 미녀로 다가와 깜짝 놀랐고, '섹스 앤더 시티'에서 늘 오르가즘의 탄성을 입에 달고 다니는 사만다 역 킴 캐트럴이 "잘 늘어나는 츄리닝(어감 상 트레이닝복 보다 츄리닝이 제 격이다) 입는 걸 제일 좋아한다"고 밝혀 뒤집어졌다.
멤버간 불화설에 자주 휩싸였던 이들은 적어도 기자들 앞에 나선 공개 석상에서는 극중 절친을 능가하는 화목하고 단란한 우정으로 똘똘 뭉친 모습이었다. 이제 '섹스 앤더 시티'의 주연이자 제작자인 사라 제시카 파커는 "시리즈와 영화를 찍는 동안 늘 행복하고 즐거웠다. 물론 '섹스 앤더 시티'의 캐리를 오랫동안 연기하면서 캐릭터 고정으로 잃은 것도 있었겠지만 얻은 게 더 많았다. 지금 멤버들과 같이 있는 이 순간이 나의 가장 큰 행복"이라고 했다.

'섹스 앤더 시티'는 미국의 케이블 채널 HBO를 지상파 TV 이상의 드라마 왕국으로 키워낸 일등 공신이다. 1990년대 30대 뉴요커 여성들의 성과 연애에 얽힌 생활들을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스토리와 화면으로 담아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노골적인 베드신과 여과없는 노출신이 이어졌고 동성애와 양성애도 그대로 등장했다.
개방적인 미국 사회가 '섹스 앤더 시티' 여성 4인방을 충격으로 받아들일 정도였으니 한국 등 아시아 각국에서 이들을 용인하기는 좀 더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 뒤늦게 국내 케이블 TV 등을 통해 이 드라마를 접한 시청자들은 30대를 거쳐 40대로 넘어가는 뉴요커 4인방의 솔직한 성 담론과 인생 고민에 공감하며 큰 박수를 보냈다.
여성의 사회 진출과 성 개방 속도에서 한국 보다 한 걸음 빨랐던 일본은 더 일찍부터 '섹스 앤더 시티' 신드롬에 흠뻑 젖었다. 도쿄 중심가 한복판의 롯본기 힐스에서 지난 달 31일 열렸던 '섹스 앤더 시티 2' 공동기자회견에는 일본 수 백개 일본 언론매체의 취재진(상당수가 여기자라는 게 공교롭다)이 몰려들이 사라 제시카 파커, 신시아 닉슨, 킴 캐트럴, 크리스틴 데이비스 등 출연진이 입장할 때마다 환호와 박수로 일본 내 환영 분위기를 대변했다.
다음 날 한국 취재진과 오뭇하게 따로 자리한 4명은 회견 내내 극중 캐릭터와 달리 진지하고 열의에 가득찬 모습으로 질문에 답하는 모습을 선보였다. 신시아 닉슨은 한국에 대한 인상을 묻는 질문에 "대학시절 친구들과 아시아 각국을 여행했는데 부산을 방문했던 게 가장 인상에 남는다. 시내 버스를 탔을 때 한 아줌나가 내가 맨 큰 가방을 받아줬는데 감격 그 자체였다"고 했다.
닉슨의 답변에 나머지 3명 멤버들은 "미국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없는 일"이라며 놀라워했고 이어 사라와 크리스틴의 한국 음식 예찬이 이어졌다. 사라는 "신문이나 온라인 등을 통해 한국 음식과 식당에 관한 정보를 많이 얻고 즐겨 찾는다"고 했고 크리스틴은 "LA에 가면 코리아 타운에 진짜 맛있는 집들이 즐비하다"며 맞장구를 쳤다.
늘 명품 패션의 첨단과 극단을 과시해 일부 '된장녀' 비난에 시달렸던 이들은 마지막으로 "걱정되는 사실이 있다. '섹스 앤더 시티'를 본 여성분들이 주인공들처럼 무조건 디자이너 브랜드를 입어야된다고 오해할까봐서다. 옷이 사람을 입는 게 아니고 사람이 옷을 입는 것이다. 먼저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연신 생수를 들이키며 명품 보다 실속을 강조하는 '섹스 앤더 시티' 4인방의 모습 어디에도 '가진 것 이상의 허영을 추구하는 된장녀'의 추함은 찾을 길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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