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환-심수창, 맞으면서도 마운드에 있었던 속뜻은
OSEN 박선양 기자
발행 2010.06.05 08: 47

웬만하면 교체해줄만한 분위기였다. 이미 실점이 많아 더 이상 마운드를 지킬 여력이 없어보이는 상황. 하지만 벤치는 끔쩍도 하지 않았다.
지난 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홈팀 LG 트윈스와 원정팀 SK 와이번스의 경기. LG 베테랑 우완 선발 박명환은 1회부터 3회까지 매이닝 1점씩을 내주며 고전했다. 5회에도 2점을 더 허용해 0-5로 끌려갔다. 5이닝 5실점이면 선발 투수로서는 이미 패전이 예견되는 상황. 그러나 박명환은 6회에도 그리고 7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7회 2사후 박명환이 마운드를 내려간 뒤에는 전날 선발 등판했다가 뭇매를 맞은 우완 심수창이 바톤을 이었다. 심수창은 그동안 2군에 내려가서 구위를 점검하고 돌아와 전날 롯데전에 선발 등판했으나 공이 가운데로 몰리면서 1.1이닝 동안 8안타(홈런1개 포함)를 맞고 5실점, 조기 강판당했다. 공은 35개밖에 던지지 않았다.

심수창은 박명환에 이어 구원등판, 전날 다 못던진 공을 이날 투구했다. 성적은 2.1이닝 5피안타 2실점을 기록했다. 여전히 기대에 못미치는 투구였다.
LG 벤치가 이처럼 구위가 만족할만한 상태가 아니었던 두 투수를 계속 마운드에 세워두었던 까닭은 무엇일까. 박종훈 감독은 2가지 이유에서 둘을 바꾸지 않고 던지게 했다.
박 감독은 4일 경기전 “선수들이 3일 롯데전서 일찍 포기하는 모습이어서 실망스러웠다. 초반에 점수차가 컸다고 해도 선수들은 끝까지 열심히 해야 한다”면서 “그래도 그동안 피로가 쌓였던 불펜진을 아낄 수 있었던 것은 소득이었다”고 말했다. 불펜에서 연투로 지친 기색이었던 좌완 오상민과 이상렬, 사이드암 김기표, 마무리 오카모토 등 ‘이기는 불펜조’에게 휴식을 줄 수 있었다고. 대신 2군에서 올라온 우완 한희, 정재복 등이 선발 심수창의 조기강판 공백을 메웠다.
5일 경기도 비슷한 맥락이었다. 상대 선발이 좌완 특급인 김광현으로 호투를 펼치고 있는 반면 LG는 선발 박명환이 초장부터 실점하며 끌려가는 상황. 김광현의 호투로 타선이 잠잠해 뒤집기도 쉽지 않은 처지였다. 이런 까닭에 박명환과 심수창이 계속 마운드를 지켜야했다.
또 LG 벤치가 둘에게 마운드를 지키게 했던 것은 구위 회복의 차원이기도 하다. 박명환은 7회 2사까지 115개의 공을 던지면서 6회부터는 안정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긴이닝을 소화하며 직구 스피드와 변화구 각을 예리하게 만드는데 힘을 쏟는 모습이 역력했다. 전날 35개밖에 던지지 못했던 심수창도 이날 53개를 던지며 1군 무대 감을 익히는데 노력했다.
LG 벤치는 다음 경기 반격을 위해 ‘이기는 불펜조’를 아끼는 한편 부진한 투수들의 투구감을 찾게 하기 위해 고육지책을 펼친 것이다. 이후 경기선 5회 이후 LG가 리드하며 승기를 잡으면 그동안 휴식을 취하며 전력을 비축했던 ‘이기는 불펜조’가 가동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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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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