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대화 감독이 이끄는 한화호가 승률 4할대를 유지하며 순항하고 있다.
갓 최하위에서 탈출한 7위팀에게 순항이라는 표현을 쓰기는 어렵다. 그러나 개막전만해도 무조건 꼴찌라는 세간의 평가를 감안하면 선전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두 명의 외국인 투수가 모두 부진에 빠져 있는 가운데 승률 4할을 유지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선동렬 감독과 결별을 택하며 한화 지휘봉을 잡은 한대화 감독 앞에는 가시밭길이 놓여 있었다. 김태균-이범호의 일본진출은 치명타였다. 소방수 토마스의 미국복귀와 함께 투수진은 류현진을 제외하고 믿을만한 투수는 없었다. 투수와 야수 모두 세대교체의 실패로 무너져 있었다. 마치 바람에 흔들리는 촛불과도 같은 신세였다.

지난해 11월 나가사키 가을캠프지에서 만난 한대화 감독은 수심이 가득했다. 그는 "투타의 기본 전력이 워낙 약해진데다 주루, 수비 등 기본적인 플레이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장탄식을 했다. 그리고는 "훈련만이 살길 아닌가. 내년 스프링캠프까지 무던히 시켜야 겠다"며 결의를 다지기도 했다.
그리고 전력강화책에 팔을 걷어부치고 나섰다. 첫 번째는 두산 이대수의 트레이드였다. 송광민은 주전은 무리라고 판단하고 두산과 접촉해 이대수의 트레이드를 요청했다. 김경문 감독에게 도움을 요청해 성사시키는데 성공했다. 아울러 방출선수정원석과 전근표도 영입했다.
아울러 신진급 선수들을 대거 발탁해 전면에 내서웠다. 풀타임 경력이 없는 최진행을 '무조건 4번타자'로 앉혔고 김태완과 송광민을 전후에 배치해 클린업트리오를 내세웠다. 최진행과 함께 외야수 정현석, 정희상도 중용했다. 최진행은 홈런 16개를 때려내며 이 부문 1위에 오를 정도로 물이 올랐다. 이제 타선은 상대투수들이 경계할 정도로 힘을 갖췄다. 하와이 스프링캠프에서 4개의 배팅케이지를 설치한 지옥의 타격훈련이 빛을 발했다.
또 하나는 좌완 미들맨 박정진의 선택이었다. 원래 박정진은 방출대상이었다. 입단 후 어깨 등 잦은 부상으로 이렇다할 활약이 없었고 살생부에 들어있었다. 그러나 한대화 감독은 좌완투수가 부족하자 박정진을 선택했다. 박정진은 지금 한화 불펜에 없어서는 안되는 중요한 존재가 됐다. 양훈 역시 개막 초반 컨디션을 끌어올리지 못했지만 믿음속에서 확실한 마무리로 성장했다.
하지만 오산도 있었다. 유원상 김혁민 안영명 의 선발투수들이 아직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유원상과 안영명은 3승씩 따냈지만 김혁민은 아직 승리가 없다. 선발 카페얀은 12경기째 승리소식이 없고 데풀라 역시 마무리로 문제를 드러내 초반 갈지자 행보의 원인을 제공했다. 고군분투 류현진의 뒤를 받쳐줄 선발투수가 아쉬운 상황이다.
한대화 감독은 "일단 4할 승률을 유지하는게 중요하다. 그러다보면 여름에는 한번쯤 기회는 올 것이다. 그때 치고나갈 수 있는 힘을 길러야 된다"고 말한 바 있다. 앞으로 선발진이 중심을 잡는다면 한 감독의 희망이 실현될 수 있다. 그러나 아직 갈길이 멀고 다시 위험에 빠질 수 있다. 노련한 초보감독에게는 여전히 아슬아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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