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매 경기 불안했던 외국인 좌완은 어느새 안정적인 투수로 우뚝 서고 있다. '미운오리'에서 점차 '백조'로 변신 중인 레스 왈론드(34. 두산 베어스)가 3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와 2연속 선발승을 노린다.
왈론드는 6일 대전 한화전에 선발로 나서 자신의 시즌 3연승과 팀의 한화 3연전 위닝 시리즈를 위해 마운드에 설 예정이다. 올 시즌 왈론드는 3승 무패 평균 자책점 4.40(5일 현재)을 기록 중.
특히 왈론드의 최근 호투는 시즌 초 '3중고'에 휘말리며 심한 압박감을 느꼈던 이방인의 활약이기에 더욱 눈에 띈다. 지난 시즌 요코하마에서 5승 10패 평균 자책점 4.80의 성적으로 최하위팀에서 분투한 선발 투수 중 한 명이던 왈론드는 시즌 중후반 팔꿈치 부상으로 지난해 8월 중순 후 등판이 없었다.

때문에 두산이 왈론드를 선택했던 당시 팔꿈치 부상 여부가 가장 문제시 되었다. 영입 당시 통증은 사라진 상태였으나 선수 본인이 부상 재발 여부에 굉장한 부담을 느꼈고 그 때문에 투구폼이 작아지며 볼 끝이 무뎌지고 말았다. 미야자키 전지훈련서부터 아쉬움이 있던 구위는 4월까지도 별반 차이가 없었고 팔스윙이 들쑥날쑥해지며 제구력도 엉망이 되고 말았다.
지난해 경기 영상을 보고 "이제는 스트라이크 존 좌우 제구 능력이 좋은 투수가 된 것 같다"라며 높게 평가했던 김경문 감독의 심기가 불편해졌음은 당연한 일. 지난 4월 21일 우천 노게임 선언된 잠실 SK전에서는 13개 연속 볼을 던지는 등 최악의 제구난으로 인해 이튿날 곧바로 2군행 조치되었다. 당시 김 감독은 "앞으로 왈론드는 쓰지 않을 것"이라며 퇴출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왈론드가 4월 한 달간 갈수록 불안했던 데에는 개인적인 이유도 있었다. 기혼자인 켈빈 히메네스와는 달리 왈론드는 우리나이 서른 다섯의 노총각. 그 당시 교제 중이던 여자친구가 결별을 통보한 시점도 바로 지난 4월이었다.
'소심한 순둥이' 기질의 왈론드는 이 사실을 다른 이들에게 밝히지 못한 채 애만 쓰다가 2군으로 내려가고 말았다. 우천 노게임 선언 후 2군 강등 통보날 라커룸에서 눈물을 보였던 것에는 투구에 대한 자책감 외에도 여러가지 감정이 섞여 있었던 것.
매일 아침 8시 30분에 모여 한동안 2군 생활에 물들어 있던 왈론드는 심적 고통을 치유하는 동시에 투구 시 오른발이 안쪽으로 향하며 힘을 장전-응축하는 자세로 수정하는 데 집중했다. 2주 넘게 2군에서 와신상담하던 왈론드는 점차 볼 끝에 힘이 붙는 모습을 보이며 마지막 기회를 잡았고 이제는 선발진 한 축을 도맡고 있다.
5월 15일 문학 SK전에서 5이닝 2실점으로 마수걸이 승리를 따낸 데 이어 5월 22일 LG전(6이닝 무실점)-1일 잠실 넥센전(6이닝 1실점)으로 선발 2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기록 중. 특히 최근 선발 3경기 17이닝 동안 18개의 탈삼진을 기록하며 움직임이 좋은 서클 체인지업-너클 커브 조합이 제대로 맞아떨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단 젊고 유망한 오른손 타자들로 클린업트리오를 구축 중인 한화 타선이 바깥에서 안으로 흘러들어가는 슬라이더 공략에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은 주의해야 할 점. 특히 홈런 1위(16홈런) 최진행은 가운데로 몰렸다 싶은 슬라이더에 그대로 배트를 휘두르며 힘을 과시 중이다. 1스트라이크 후 슬라이더 구사 빈도가 높은 왈론드가 얼마나 낮은 제구를 보여주느냐가 관건.
최근 페이스 상승에 대해 "구속 상승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낮게 제구하며 안정적으로 던지는 것"이라고 밝힌 왈론드. 부상 우려와 퇴출 위기, 실연의 아픔에서도 벗어난 그가 대전에서 3연승(계투 1승 포함)-3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와 2연속 선발승에 성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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