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잔루 릴레이 속에 승패를 가른 것은 주포의 결정력이었다. SK 와이번스가 연장 12회 터진 박정권의 결승타에 힘입어 LG 트윈스전 9연승을 내달렸다.
SK는 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0 CJ 마구마구 프로야구 LG전서 연장 12회초 터진 박정권의 결승타를 앞세워 3-2로 승리했다. SK는 이날 승리로 시즌 전적 37승 18패(6일 현재)를 기록하며 선두 자리를 지키는 동시에 지난해 9월 12일부터 이어진 LG전 9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올 시즌 상대 전적은 7전 7승.
반면 LG는 8회까지 2-0으로 리드하다가 9회초 대거 실점하며 다 잡은 경기를 놓치는 동시에 지긋지긋한 먹이사슬을 끊지 못했다. 시즌 전적은 24승 1무 30패(6위).

경기 초반 양 팀은 찬스를 만들어내는 데는 성공했으나 이를 득점까지 이끄는 데는 실패했다. 1회초 SK는 선두타자 박재상의 몸에 맞는 볼에 이어 정근우의 희생번트로 1사 2루를 만든 뒤 이호준의 타구가 상대 선발 봉중근을 맞고 내야안타가 되며 1사 1,3루 찬스를 맞았다.
그러나 후속 타자 박경완의 타구가 6-4-3으로 이어지는 병살타가 되어 1회 선취점에 실패했다. LG도 1회말 2사 후 이택근의 볼넷 출루 후 2루 도루 성공과 이병규의 볼넷 출루 과정서 상대 선발 이승호(37번)의 폭투에 편승해 이택근이 3루 진루에 성공, 2사 1,3루를 맞았으나 정성훈이 2루수 플라이에 그쳤다.
2회초 SK는 박정권의 1루 내야안타, 김강민의 볼넷 등으로 2사 1,3루를 만들었으나 김연훈이 1루수 파울 플라이를 때려내며 찬스를 날려버렸다. 이후 LG는 에이스 봉중근이 초반 제구가 흔들렸음에도 그대로 믿고 끌고 간 반면 SK는 수술 전력으로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없던 이승호를 마운드에서 내려보내고 3회 에이스 카도쿠라 겐을 투입해 투수전 양상으로 몰고 갔다.
선취점은 4회말 LG 공격에서 터져나왔다. LG는 선두타자 이병규(9번)의 중전안타 후 정성훈의 번트 때 카도쿠라가 2루로 공을 던졌다. 그러나 유격수 최윤석과 주자 이병규가 교차되는 과정에서 공이 그라운드로 향했고 그 사이 이병규가 3루까지 진루했다. 무사 1,3루.
조인성의 삼진으로 아웃 카운트가 하나 쌓인 상황에서 후속 타자 박병호는 좌익수 쪽으로 향하는 플라이 타구를 때려냈다. 좌익수 박재상의 포구와 함께 3루에 있던 이병규는 태그업, 여유있게 홈을 밟으며 1-0을 만들었다.
봉중근이 점차 안정을 찾아가는 동안 6회말 LG가 또 한 점을 뽑았다.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안방마님 조인성이 볼카운트 0-2에서 상대 좌완 정우람의 체인지업(125km)을 당겨쳐 좌월 솔로포를 터뜨린 것. 좌익수 박재상이 이를 잡기 위해 달려들었으나 타구는 이동식 담장을 살짝 넘어 기존 담장 앞으로 떨어졌다. 2-0 LG의 리드.
7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이대형의 우전안타로 다시 기세를 탄 LG는 이진영의 중전 안타 때 이대형이 3루까지 진루하고 그 사이 타자주자 이진영이 2루에 안착하며 1사 2,3루 기회를 맞았다. 그러나 이택근의 2루 땅볼과 정성훈의 포수 파울플라이로 LG는 추격권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7회말 공격을 마친 LG. 결국 이는 엄청난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9회초 SK는 선두타자 김강민의 우익수 방면 2루타로 무사 2루를 만들며 역전의 꿈을 모락모락 피웠다. 후속타자 나주환의 타구는 3루수 정성훈의 글러브를 맞고 튀며 유격수 오지환의 뒤로 떨어졌고 그 사이 김강민이 홈을 밟으며 1-2 박빙으로 경기가 흘러갔다.
뒤를 이은 최윤석의 번트. 공을 잡은 오상민은 1루로 공을 던졌으나 이는 타자주자를 맞고 외야로 흘러갔다. 무사 1,3루. SK는 '캐넌' 김재현을 대타로 투입했고 김재현은 오상민의 공을 매섭게 당겨 우익수 앞으로 흘러가는 동점 적시타를 때려냈다. 2-2.
정근우가 고의 볼넷으로 출루하며 1사 만루가 된 상황. 그러나 SK는 이호준과 최경철이 연속 삼진으로 물러나며 9회 역전에는 실패했다. LG 또한 9회말 득점에 실패하며 경기는 연장으로 흘러갔다.
11회말 박병호의 타구는 끝내기 홈런이 아닌가 기대를 갖게 했을 정도. 그러나 타구는 뻗지 못하고 중견수 김강민의 글러브로 빨려들었다. LG의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전개된 SK의 12회초 공격.
선두 타자 정근우의 3루 강습 안타와 이호준의 몸에 맞는 볼로 무사 1,2루를 만든 SK. 최경철이 스리번트 아웃되며 주자 진루 없이 아웃 카운트 하나만 쌓인 상태에서 LG는 좌완 이상열을 투입해 박정권 봉쇄를 시도했다. 그러나 박정권은 가운데로 몰린 초구를 그대로 깎아 치듯이 밀었고 이는 3-유간을 뚫는 적시타로 이어졌다. 3-2 SK가 이날 경기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리드를 잡은 순간이다.
SK의 6번째 투수로 등판한 '이적생' 전준호는 3⅓이닝 동안 탈삼진 4개를 곁들이며 퍼펙트 쾌투로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결승타의 주인공 박정권은 5타수 3안타 1타점으로 중심타자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과시했고 선발요원 송은범은 깜짝 마무리로 등판해 1이닝 무실점으로 2003년 4세이브 이후 7년 만에 첫 세이브를 따냈다.
반면 LG의 네 번째 투수로 나선 김기표는 3이닝 1피안타(탈삼진 7개) 1실점으로 쾌투했으나 시즌 4패(2승)째를 떠안았다. 나무랄 데 없는 쾌투였으나 평소보다 많은 공을 던지는 바람에 볼 끝의 힘이 떨어지며 주자를 잇단 출루시킨 것이 너무도 아쉬운 순간이었다.
이날 양 팀은 총 22개의 안타와 12개의 사사구를 주고 받으며 총 34회의 출루 장면을 연출했으나 총 득점은 5점에 불과한 졸전을 연출했다. 선두 SK와 6위 LG 모두에게 앞으로의 선전을 위해 타선 집중력 보완이 필요함을 일깨운 경기였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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