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공좀 그만 높이 띄우고 속공으로 빨리 빨리 가야지. 기다리고 있는데 거기다 때리면 되나"(팬 A). "랭킹은 우리가 더 높은데 왜 경기는 안되나"(팬 B).
경기가 끝나기 무섭게 여기저기서 장탄식이 들렸다. 지난 6일 오랜만에 수원실내체육관을 가득 채운 배구팬들은 한국 남자대표팀이 월드리그 네덜란드에 이틀 연속 0-3 셧아웃 당한 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일부 관계자들은 점점 세계 수준과 격차가 벌어지고 있어 한국배구가 이제는 변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3일 수원시청 사령탑으로 새로 부임한 박주점 전 도로공사 감독도 이들 중 하나였다. 박주점 감독은 지난 시즌 프로배구 도로공사 감독을 사임하고 일본 덴소 에이비스 보조코치를 6개월 동안 지냈다.
박 감독이 이날 경기서 지적한 점은 빠른 배구가 아니면 더 이상 세계 무대에서 한국의 설 자리가 없다는 것. 세트가 총알처럼 얼굴에 다가와도 처리하는 네덜란드와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지는 한국 팀의 차이를 짚어냈다.
경기 후 만난 박 감독은 "이제 한국 배구는 분명하게 바뀌어 한다는 것을 이 경기가 잘 보여줬다"면서 "높이와 힘 등 모든 조건에서 열세인데 지금까지 하는 느린 배구로는 도저히 따라 잡을 수 없다. 훨씬 신체 조건이 좋은 네덜란드도 속도의 배구를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이제 한국 배구도 바뀌어야 한다"며 안타까워 했다.
이어 박 감독은 "용병 의존도를 떠나 세터가 선수들에게 맞춰주는 배구가 문제인 것이다. 선수들이 세터의 색깔에 맞춰야 하는데 현재 우리배구는 좌우로 높게 띄우면서 용병들에게만 맞춰줬던 점이 결국 국제대회에서 참패로 이어진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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