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은 어깨 통증을 털고 마운드에 다시 올랐고 이방인은 그동안의 실망감을 잠재우는 호투를 펼치기 시작했다. 두산 베어스가 계투 주축 정재훈(30)과 외국인 좌완 선발 레스 왈론드(34)를 앞세워 도약의 깃발을 세우기 시작했다.
7일 현재 32승 1무 23패를 기록하며 2위를 달리고 있는 두산. 선두(37승 18패) SK와는 5경기 반 차로 격차가 큰 편이지만 3위(29승 27패) 삼성과의 격차는 3경기 차로 일단 한숨을 돌린 상황이다. 6월 한 달간 호조와 부조에 따라 상,하위권 팀의 윤곽이 결정난다는 점을 생각하면 앞으로 한 달 간이 두산에게는 더욱 중요한 시기.
그 가운데 어깨 통증으로 1군 엔트리에 등록만 된 채 등판 기회를 기다리던 정재훈과 왈론드의 잇단 선발 쾌투는 팀에 반가운 일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정재훈은 고창성과 함께 두산의 허리를 책임지는 필수 승리 카드이며 왈론드는 지난 2년간 지긋지긋하게 두산을 괴롭힌 선발난의 해결사 중 한 명이기 때문.

올 시즌 3승 2패 1세이브 12홀드(1위) 평균 자책점 1.20을 기록 중인 정재훈은 사실 지난 5월 23일 잠실 LG전 승리(1⅔이닝 2피안타 무실점) 이후 11일 간 본의 아닌 휴식을 취했다. 꼭 1년 전 자신을 괴롭혔던 어깨 통증이 도졌기 때문. 지난해처럼 한달 가량 던지지 못할 정도의 심각한 통증은 아니었으나 1군 엔트리에 등록되고도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그러나 팀 입장에서는 주축 계투 요원을 쉽게 2군으로 내려보낼 수 없어 일단 다른 투수들로 정재훈의 '개점 휴업' 공백을 상쇄하는 동시에 그의 통증 완화를 기다렸다. 그동안 부하가 걸렸던 어깨 통증 완화에 힘쓰던 정재훈은 지난 4일 대전 한화전부터 다시 마운드에 오르기 시작했다.
큰 점수 차에서 등판한 상황이었으나 일단 성적은 괜찮다. 2경기서 1⅔이닝 1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으로 제구력이 바탕된 투구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정재훈이 어깨 통증을 이겨내고 다시 마운드에 오름에 따라 두산은 조금 더 유연하게 계투진을 운용할 수 있게 되었다.
2년차 성영훈이 상승세로 돌아섰고 신인 좌완 정대현도 가능성을 비추고 있기 때문. 그만큼 주축이 되어야 할 정재훈의 원대 복귀는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기에 충분하다.
왈론드의 계약 완료 시점에서 현재까지 그에 대한 기대치를 생각하면 '롤러코스터'가 따로 없다. 도미니카 윈터리그에서 마음에 드는 좌완은 몇몇 찾았으나 선수 측에서 엄청난 비용을 요구해 테이블을 차려보지도 못했던 두산은 고심 끝에 왈론드를 택했다.
지난해 요코하마에서 5승 10패 평균 자책점 4.80을 기록했던 왈론드. 기록만 보면 좋은 편은 아니지만 최하위 팀에서 미우라 다이스케, 자크 랜돌프 등과 함께 분전했던 선발투수 중 한 명이었기 때문. 게다가 2008년 필라델피아 산하 트리플 A 리하이밸리에서 꽤 좋은 성과를 거두며 제구력에서도 점차 발전상을 비췄다는 점 또한 두산의 구미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김경문 감독 또한 전지훈련을 떠나기에 앞서 왈론드에 대해 "스트라이크 좌우로 낮게 제구를 할 수 있는 투수로 바뀐 것 같다"라며 기대감을 품었다. 그와 함께 김 감독은 일찌감치 1군 뎁스 테이블에 왈론드를 켈빈 히메네스 다음 순번인 2선발로 놓았다. 그러나 지난해 8월 팔꿈치 부상을 입었던 기억은 왈론드의 투구폼을 움츠러들게 했다.
미야자키 전지훈련서 최고 138km의 속구를 던지는 데 그쳤던 왈론드는 시범경기에서도 2패 평균 자책점 10.80에 그친 뒤 왼팔 통증으로 개막을 2군에서 맞았다. 이미 4월 대난조 이전 퇴출 기미를 비춘 것. 부상 회복 이후 1군에 복귀했으나 그는 우천 노게임 선언된 4월 21일 문학 SK전서 13개의 볼을 연속으로 던지는 등 4월 한 달간 평균 자책점 9.82에 그쳤다.
'제구력이 좋아졌다'-'6이닝 정도는 막아주겠지'-'앞으로 쓰지 않겠다'라는 순으로 왈론드에 대한 김 감독의 이야기는 달라졌다. 그 와중에서 왈론드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심적 고통을 겪으며 극도로 위축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2군에 다녀온 뒤 왈론드는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이전에 비해 조금 더 움츠러든 준비 자세에서 힘을 모으는 투구폼으로 바뀌었고 포심과 구속 차이가 크지 않은 투심을 꺼내들어 투구 옵션을 스스로 늘여갔다. 원래 주무기였던 너클 커브도 더 힘차게 바뀐 팔스윙과 함께 떨어지는 폭이 커졌다. 누가봐도 퇴출이 확실시되던 왈론드는 현재 4승 무패 평균 자책점 3.89의 호성적을 기록 중. 최근 페이스만 보면 오히려 히메네스보다 더욱 낫다.
주축 선수들이 6월 한 달간 얼마나 믿음직하게 활약하느냐는 팀의 한 시즌 성적을 결정할 수도 있는 시기다. 지금의 두산은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선발진을 구할 투수와 롱릴리프에서 셋업맨, 비상 시 마무리 소화까지 가능한 유틸리티 불펜 요원이 절실한 순간이다. 다시 움츠러들었던 어깨를 편 정재훈과 왈론드의 상승 무드는 그래서 더욱 두산에 반가운 일이다.
farinelli@osen.co.kr
<사진> 정재훈-왈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