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작'이란 드라마들은 말 그대로 평범함을 뛰어넘는 스케일이나 작품성, 완성도를 기대하게 만드는 작품들이다. 보통 드라마들보다 몇 배 이상의 제작비가 들어가거나 기획 단계부터 제작 기간까지 시간적으로나 물리적으로나 더 오랜 공을 들이는 경우들이 많다. 그리고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100%까진 아니더라도 최대한 사전 제작을 추구한다.
하지만 이렇게 인고의 시간을 거쳐 탄생한 요즘 대작 드라마들이 영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백억 대 제작비와 엄청난 스태프가 투입됐지만 빵빵한 사전 홍보가 무색한 졸작들로 평가 받고 있는 상황이다. 얼마 전 종영한 MBC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가 그랬고 최근 방송 중인 SBS 월화드라마 '자이언트'가 그렇다. MBC 주말특별기획 '김수로' 역시 기대만큼의 호평은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인기리에 방송됐던 첩보액션 블록버스터 KBS '아이리스'도 200억 제작비에 비해서는 아쉬운 완성도란 평가를 받은 바 있다. 해외 로케와 액션신 등 볼거리가 풍부했지만 CG처리나 특수효과가 아쉽다는 반응들이 나왔다. 그래도 시청률이 30%를 넘겼으니 그만하면 '대작'의 이름값은 해냈다.

'대작=높은 시청률'이란 공식은 깨진지 이미 오래다. 수년 전만해도 돈 좀 들였다, 톱스타가 나온다, 스타 감독이나 작가가 만들었다하면 시청자들은 홀리기 십상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톱스타가 출연하고 제작비가 많다고 해서 무조건 시청률을 보장 받을 순 없다. 오히려 방송 전부터 대대적인 홍보를 벌인 탓에 예비 시청자들의 기대치만 잔뜩 높여 놓고는 실망스러운 결과를 내는 경우를 우리는 자주 본다.
실제로 최근 전파를 타고 있는 드라마들 중 '대작'이라 불릴 만한 작품들은 시청률 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종영한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 뿐만 아니라 '자이언트', '김수로' 등 모두 동시간대 하위권이다. 시청률이 두 자릿수를 겨우 넘거나 한 자릿수에 머무는 수준이다.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는 어설픈 CG로 혹평을 받다가 결국 송일국 등 배우와 제작진이 "우린 원래 대작드라마가 아니었다"는 해명을 하는 웃기는 상황을 연출했다. 하지만 워낙 방송 전부터 열성적인 과장 홍보를 펼쳤기 때문에 '대작'이란 포장지를 입었던 작품이다.
방송 중인 '자이언트'와 '김수로'도 화려한 출연진, 거액의 제작비, 환상적인 사전 홍보로 인해 시청자들의 많은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연 두 작품은 '빛 종은 개살구'로 평가 받고 있다. 두 작품 모두 방송 초반인 만큼 회를 더해가며 좋은 평가를 이끌어낼 수 있는 가능성은 아직 남아있다.
남은 상반기와 하반기에 걸쳐 방송 3사가 선보일 대작 드라마들은 여러 편이 남아 있다. 6월 중 방송을 시작한 KBS 6.25전쟁 60주년 특별기획 '전우', MBC '로드 넘버 원' 등이 있고 KBS에는 비(정지훈) 주연의 '도망자'도 준비 중이다. SBS에 편성된 '아이리스' 스핀오프 '아테나-전쟁의 여신' 등도 눈여겨 볼만한 대작이다.
완전무결한 수작, 걸작은 못되더라도 적어도 시청자들에게 '빛 좋은 개살구'란 평가를 듣지는 않을 수 있는 완성도 높고 작품성 충분한 작품들이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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