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날이면 (임)재철이 형이 밥 한 번 먹자고 부르세요. 그리고 우리 모두 꼭 성공하자고 다독여 주시더라구요".
볼살도 쏙 빠졌고 얼굴도 조금 더 검게 그을려 있었다. '미남 투수' 조규수(29. 두산 베어스)가 자신의 현 상황을 돌아보며 앞으로의 분발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해 11월 16일 유격수 이대수(한화)의 반대급부로 좌완 김창훈과 함께 두산으로 이적한 조규수는 데뷔 시즌이던 2000년 10승을 거두며 이승호(SK)와 함께 신인왕 후보로도 꼽혔던 투수. 공은 빠르지 않아도 묵직한 볼끝과 절묘한 코너워크로 기대를 모았으나 이후 성장세를 보여주지 못한 채 기나긴 침체기를 걸었다.

2005년 5경기 2패 평균 자책점 22.09의 성적만을 남긴 후 5년 간 1군 등판 기록이 없었던 조규수는 두산 이적 후 성실한 자세로 훈련에 임했다. 김창훈이 3월 소집해제 후 두산에 합류하자 조규수는 후배를 다독이며 함께 열심히 야구에 임했다.
7일 잠실구장서 경찰청과의 2군 경기를 앞두고 만난 조규수는 올 시즌 2군 북부리그서 4승 2패 평균 자책점 4.54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아직 한창 1군에서 활약하던 때처럼 140km 이상의 속구는 구사하지는 못하고 있으나 볼 끝이 좋아 공략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이 2군 상대 타자들과 관계자들의 평이다.
"아직은 아니에요"라며 손사래를 친 조규수는 "그래도 138km까지 속도를 끌어올렸다"라는 말로 밝은 표정을 지었다. 이적 전 한화 2군에서 130km를 넘지 못하는 스피드로 커다란 아쉬움을 샀던 조규수였음을 감안하면 정말 오랜만에 던지는 130km 후반의 공.
선수 본인은 담담한 표정을 지으려 애썼지만 그래도 기쁜 마음은 감출 수 없었던 모양이다. 살짝살짝 웃음을 보인 조규수는 천안북일고 선배이기도 한 외야수 임재철의 이야기를 꺼냈다. 임재철은 조규수의 이적 당시 "너는 다른 선수들보다 몇 배는 더 노력해야 한다"라며 일침하는 동시에 힘을 북돋워 주는 선배다.
"쉬는 날이면 지승민 선배랑 창훈이까지 밥 한 끼라도 같이 먹자고 부르세요. 그 자리에서 덕담도 많이 해주시고. 고교 동문끼리 함께 잘 되자고 서로 격려하고 힘내는 자리입니다".(웃음)
선발 수업을 마치고 계투로 전력투구를 선보이기 위해 다시 스파이크 끈을 질끈 묶은 조규수. 성실한 훈련 자세로 미야자키 전지훈련서 김경문 감독의 시선을 사로잡기도 했던 조규수의 1군 복귀 꿈은 올 시즌 내 실현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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