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 떨었어요. 땀이 비오듯 하더라니까".(웃음)
천하의 재담꾼도 첫 해설은 긴장되었던 모양이다. 지난해 선수 생활을 마감하고 해설위원으로 제2의 야구인생을 걷게 된 정수근(33. 전 두산-롯데)이 퓨처스리그 경기를 해설 데뷔전으로 치렀다.
롯데 시절이던 지난 2009시즌 도중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무기한 선수 자격 정지 처분을 받은 후 은퇴를 택한 정수근은 그동안 유소년 야구 지도 등으로 공백기를 보내다 MBC-ESPN 해설자로 다시 프로야구계를 찾았다. 프로 15년 간 2할8푼 1493안타 474도루를 기록하며 국내 최고 톱타자 중 한 명으로 활약한 동시에 최고의 입담꾼으로도 명성을 날렸던 정수근이었으나 해설 데뷔를 앞두고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7일 잠실 두산 2군-경찰청전을 해설하게 된 정수근은 두산 시절 선수와 매니저로 연을 맺은 김태룡 두산 이사, 야구 선배인 유승안 경찰청 감독과 환담을 나누면서도 조심스러운 태도를 지켰다. 다만 두산 시절 팬이 다가오자 흔쾌히 사인을 해준 뒤 "이놈의 인기는"이라며 싱긋 웃어보이기도.
"은퇴를 후회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더 선수생활을 지속한 것이 안 좋은 선택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이야기한 정수근은 "선수를 위한 해설을 하고 싶다"라며 조심스럽게 자신의 바람을 이야기했다. 경기 개시 후 초반 다소 긴장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 정수근이었으나 이내 감을 조금씩 찾기 시작했다. 흥분하거나 작전에 대해 거시적으로 이야기하기보다 선수 입장에서 해설하려는 노력을 비추기도 했다.
또한 함께 그라운드를 누빈 선수들에 대한 설명도 잊지 않았다. 덕수고 후배이기도 한 민병헌(두산)에 대해서는 "저도 현역 시절 한 인물했습니다만 민뱅과는 비교됩니다"라며 농담을 섞기도 했고 조규수가 나오자 "2001년 체인지업을 장착하려다 구속이 저하되었다"라며 야구 후배에 대한 기억을 되짚기도 했다. 해설을 마친 후에는 팬들의 사인 공세와 환영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함께 방송을 마친 정우영 아나운서는 "긴장했는지 연방 땀을 흘리더라"라며 해설자 정수근을 첫 방송에 대해 귀띔했다. 첫 해설을 마친 정수근은 "아무래도 2군 선수들은 정보가 많지 않아 어려웠다. 다음에는 선수에 대한 정보를 갖춰 좋은 해설로 다가가고 싶다"라며 선수를 위한 해설 목표를 그대로 지키고 싶다는 뜻을 넌지시 비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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