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몇 개의 별들이 뜨고 지는 곳이 연예계라지만 특히나 개그맨들의 수명은 짧기가 쉽다. 최근 몇 년간 '국민 MC'로 군림하고 있는 강호동과 유재석이나 이경규 이휘재 신동엽 박명수 남희석 정도를 제외하면 장수한단 소리를 듣기도 힘든 처지다. 더구나 따져보면 앞서 열거한 이들은 정통 코미디보다는 MC로 자리를 잡은 케이스다.
MC나 연기, 가수로 눈을 돌리지 않고 오직 개그맨의 길을 걷는다면 단명하기 십상이다. 왜냐하면 코미디를 할 수 있는 무대나 기회가 상대적으로 너무나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방송 3사가 갖고 있는 간판 코미디쇼라 해봤자 겨우 1개씩 정도인데다 그나마 MBC '하땅사'는 최근 또 폐지됐다. 개그맨들이 개그를 할 수 있는 정통 코미디 프로그램보다는 가수나 연기자도 자연스럽게 어필할 수 있는 리얼 버라이어티들이 강세를 띠면서 자연스럽게 개그맨들의 출연 기회는 줄어들었다.
KBS 2TV '개그콘서트'나 '개그스타', SBS '웃찾사' 정도가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리얼 버라이어티나 드라마에 비하면 숫자가 적고 또 출연할 수 있는 인원도 한정되기 때문에 '개그 할 수 있는 기회'를 잡는 것 자체가 하늘의 별 따기인 셈이다. 따라서 직업은 엄연히 개그맨이지만 개점 휴업한 이들이 너무도 많다.


게다가 혹시 현재 코미디를 하면서 활동 중이더라도 언제 그 코너나 프로그램이 막을 내릴지 모르기 때문에 '계약직' 신세나 다름없다. 한마디로 파리 목숨인 것P이다. 실례로 '개그콘서트'의 경우에도 한 코너가 짧게는 2~ 3달 밖에 지속되지 못하기 때문에 개그맨들은 언제든 물러날(?) 각오를 하고 있어야 한다. 최근에도 인기 코너 '나를 술 푸게 하는 세상'이 불과 몇 개월 만에 폐지되고 말았다. 또 새 코너를 준비하고 또 다른 아이디어를 만들어내지 않으면 쉽게 도태되고 잊힌다. 운 좋게 인기를 끈 장수 캐릭터나 코너가 아니라면 고정적인 출연 기회와 출연료를 보장받기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이 때문에 개그맨들이 연예계 다방면으로 활동 폭을 넓히거나 각종 행사 MC, 야간 업소 무대까지 찾아다니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시각에서 볼 때, 인기 MC로 손꼽히는 유재석 강호동 이휘재 신동엽 남희석 이경규 등의 성과는 놀랍다. 물론 이들 중에는 정통 코미디를 하고 싶어 늘 고민하고 있는 이도 있고 MC가 더 적성에 맞는 이도 있다. 하지만 이들이 리얼 버라이어티를 포함한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진행자 혹은 리더로서 롱런하고 있다는 사실은 많은 후배 개그맨들이 '워너비 유재석, 롤모델 이경규'를 외치게 하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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