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확신은 서지 않아요. 1군 투수와 2군 투수는 엄연히 다르니까요".
윤석민이라는 이름에 대부분의 야구팬들은 KIA 에이스 윤석민을 떠올린다. 그도 그럴 것이 KIA의 윤석민은 한 팀의 에이스를 넘어 베이징 올림픽-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국내 대표 우완으로 우뚝 섰기 때문.
두산 베어스에도 동명이인 윤석민(25)이 있다. 지난 2004년 구리 인창고를 졸업하고 2차 3순위로 두산에 입단한 윤석민은 공교롭게도 KIA 윤석민의 구리 리틀-인창중 1년 선배이기도 하다. 180cm 86kg의 체격에서 임팩트 순간 확실하게 힘을 쏟는 타격이 인상적인 오른손 타자.

2008년 공익근무 입대 전까지 윤석민은 2군에서 한 시즌 3할대 타율-4할대 출루율-5할대 장타율이 보장된 거포 유망주였다. 2005년에는 네덜란드 야구 월드컵 대표로 발탁되어 중심 타선을 구축하기도 했으나 정작 1군에서의 4년 간 성적은 61경기 1할3푼5리(74타수 10안타) 3타점에 그쳤다.
그의 포지션인 3루에 오랜 기간 국가대표팀 4번 타자로 군림하던 '두목곰' 김동주가 있었기 때문에 확실한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던 것. '포스트 김동주'라는 수식어를 얻기는 했으나 이를 떼어내지 못했던 데뷔 초기 윤석민이었다.
훗날을 기약하며 병역 의무 이행을 선택했던 윤석민이 2년 간의 공백기를 마치고 다시 2군 경기에 들어서고 있다. 2년 간 실전을 치르지 못했음에도 윤석민의 2군 성적은 18경기 3할5푼9리(64타수 23안타) 6홈런 18타점에 장타율 7할1푼9리에 달한다. 복귀하자마자 이두환과 함께 두산 중심타선의 핵으로 자리매김 중. 김일상 두산 육성팀장은 "힘있는 타자라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라며 윤석민에게 높은 점수를 주었다.
병역 의무 이행 전 통통한 인상이 인상적이던 윤석민은 7kg을 감량해 한층 날씬해진 모습으로 팀에 돌아왔다. "5월 8일에 소집해제했습니다"라고 밝힌 그는 "그동안 집 근처에서 웨이트트레이닝도 하고 시간이 날 때마다 모교(인창고)에 들러서 티 배팅을 하면서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했습니다"라는 말로 그간의 과정을 이야기했다.
비록 2군 무대지만 중도 합류해 곧바로 중심 타선에서 7할 대 장타율을 보여준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경찰청과의 경기서도 윤석민은 2루타 한 개 포함 4타수 2안타 1득점을 올렸다. 배트 결대로 스윙 궤적을 가져가 중심에 정확히 맞추는 타격은 분명 뛰어났다.
'믿기지 않을 정도의 감각 회복'이라는 칭찬에 웃음을 지은 윤석민은 "아직은 모르는 일"이라며 신중한 답을 내놓았다. 구위-제구-변화구 구사력에 있어 1,2군 투수들에 엄연한 차이가 있는 만큼 더 노력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아직 제 실력에 확신은 서지 않아요. 엄연히 1,2군의 실력 차이가 있으니. 더 열심히 해서 후반기에 1군에서도 출장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지요".
아쉬운 점은 또 하나 있다. 윤석민이 떠나기 전 내야 뎁스가 두꺼운 편은 아니던 두산은 지난 2년 간 내야 전 포지션 소화가 가능한 오재원-이원석이 두각을 나타내며 내야 가용 인원이 많아졌다. 입단 동기인 김재호 또한 1루를 제외한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
포수 출신 이두환도 2군에서 1루와 3루를 번갈아 맡았던 반면 윤석민은 아직 3루 외 다른 포지션으로 컨버전하지 않은 상황. 올 시즌 후 병역 의무 이행이 불가피한 최준석이 떠날 경우 오른손 지명타자로도 기회를 얻을 수 있으나 무언가 미진한 구석이 있는 것은 사실.
"다른 포지션을 소화하는 대신에 일단 3루 수비를 확실하게 맡을 수 있도록 노력 중입니다. 아직은 동주 선배가 계셔서 자리를 꿰차기는 무리가 있겠지요. 더욱 열심히 해서 1군 선수로 그라운드를 밟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복귀 후 한 달간 기록한 호성적은 지난 2년 간 윤석민이 기울인 노력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알 수 있게 한다. 선수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실전 공백을 한 달 만에 상쇄하며 곧바로 2군 중심타자의 자리를 찾은 윤석민이 간절했던 1군 무대를 향해 또 하나의 발돋움판을 스스로 마련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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