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 바야흐로 용병을 가르치는 시대
OSEN 박선양 기자
발행 2010.06.08 08: 31

한국야구 수준이 정말 높아지기는 높아진 것같다. 10년전만해도 그렇고 다른 종목을 봐도 그렇다. 프로농구나 프로배구처럼 프로야구도 외국인 제도 도입 초기에는 똘똘한 용병 한 두 명이면 우승을 노릴만한 전력을 구축했다. 하지만 이제는 용병을 가르치며 ‘한국화’시켜야 하는 시기가 됐다. 그만큼 한국야구의 기술 수준이 높아졌다는 반증이다.
근년들어 외국인 선수들은 한국무대에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다. 특히 투수쪽 선수들이 그렇다. 한국타자들의 매서운 방망이에 혼줄이 나는 경우가 많다. 물론 한국에 오자마자 실력발휘를 하는 선수들도 있지만 대개는 한국야구 적응 시기를 거쳐야 수준급 선수로 재탄생한다.
선수시절 언더핸드 투수로 명성을 날렸던 이강철 KIA 타이거즈 투수 코치는 최근 대체용병으로 한국땅을 밟은 우완 투수 콜론을 칭찬한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성실한 태도가 마음에 들어 ‘가르치고 싶은 선수’라고 주위에 말한다. 이 코치는 견제기술과 변화구가 부족한 콜론에게 투구 기술을 좀 더 가르쳐서 특급 용병으로 키우고 싶다는 속내를 내비치고 있다.

콜론 뿐만 아니다. 선동렬 삼성 라이온즈 감독도 지난 시즌 종료 후 우완 투수 크루세타를 마무리 훈련에 참가시켜 기술 향상을 꾀하려고 했다. 크루세타는 마무리 훈련에 참가했다가 얼마 안돼 돌아갔지만 훈련 자세 등을 높이 평가받았다. 크루세타는 코치들의 지도를 받고 작년보다 구위가 좋아졌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SK 와이번스에서 뛰고 있는 두 외국인 투수인 글로버와 카도쿠라도 한국에 온 후 실력이 더 나아졌다는 소리를 듣고 있다. 지난 해 대체용병으로 나란히 한국무대로 옮긴 뒤 갈수록 실력이 늘고 있다고.
지난 해 LG 트윈스에 왔다가 부상으로 중도 하차한 바우어도 한국무대에서 기량이 더 늘었던 투수이다. 바우어는 투구 동작이 커서 도루를 허용하며 견제가 전혀 되지 않았으나 2군에 내려가 국내 코치들의 지도를 받고 나아진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까지 외국인 선수 제도 도입 초기에는 국내 선수들보다 한 수 위의 실력을 갖춘 용병들이 주류를 이뤘다. 한 단계 높은 기량으로 팀전력의 중추가 됐다.
하지만 근년 들어서는 오자마자 한국무대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외국인 선수가 드물다. 2번에 걸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입증됐듯이 한국야구 수준이 미국 마이너리그 최상 단계인 트리플A보다도 더 높은 수준으로 국내외의 인정을 받고 있다. 따라서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를 오가는 수준의 외국인 선수들이 한국무대에서 단 번에 뛰어난 활약을 펼치기는 힘든 상황이다.
이제는 외국인 선수가 한국무대에 와서 실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적응 시기가 필요하다. 올 시즌 롯데 자이언츠에서 뛰고 있는 우완 투수 사도스키, 두산 베어스의 좌완 왈론드, 한화 이글스의 우완 데폴라 등이 대표적인 케이스이다. 초반에는 부진을 면치 못했으나 차츰 안정된 투구를 펼치며 팀의 주축 투수로 자리잡고 있다.
국내 코치들은 심심치 않게 ‘용병들도 가르쳐야 한다’고 말할 정도이다. 메이저리그급의 특급 선수는 여건상 데려올 수 없는 상황이므로 외국인 선수를 팀전력의 주축으로 키우려면 제대로 가르쳐야한다는 것이 코치들의 설명이다.
외국인 선수들을 가르치는 시대, 한국야구가 나날이 발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sun@osen.co.kr
 
<사진>KIA 우완 투수 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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