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곡표를 보시면, '아, 얘가 참 노래를 많이 하고 싶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실 수 있을 거예요."
그랬다. 신혜성은 노래가 무지 고픈 듯 했다. 마치 사흘쯤 굶은 사람이 눈앞에 빵 한 조각을 발견한 것처럼 무대에 오른 그는 일본곡, 한국곡, 팝송까지 닥치는 대로 허겁지겁 집어 들고 불러제꼈다. 물론 공연은 오랜 시간 준비하고 공들인 흔적이 역력했다. 무대 구성부터 선곡, 안무, 곡 중간 중간 삽입된 영상과 일본 팬들과의 대화까지 무엇 하나 대충인 것은 없었지만 무엇보다 제일 관객을 압도했던 건 감미로운 신혜성표 발라드였다.
지난해 원정 도박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가수 신혜성이 1년여 자숙기간을 마치고 다시 대중 앞에 섰다. 아직은 무대 조명이 왠지 낯설고 팬들의 함성에 부끄러워지기도 하지만 얼마나 기다렸던 무대인가. 여전히 남아있는 자책감, 용서를 빌고픈 마음일랑 20여곡 노래에 실어 보내리.

6월 6일과 7일, 일본 도쿄 국제포럼에서는 가수 신혜성의 라이브 콘서트 'FIND VOICE IN SONG'이 열렸다. 양일간 약 7000명의 관객들이 신혜성의 재기를 응원하기 위해 공연장을 찾았다.이번 콘서트는 지난 2007년 8월에 가진 일본 첫 단독콘서트 ‘The Beginning, New Days-SHIN HYE SUNG TOUR in JAPAN’과 2009년 8월 도쿄와 오사카에서 열린 ‘2009 SHIN HYE SUNG “Keep Leaves” TOUR in JAPAN’공연에 이어 세 번째 단독공연이자, 지난 2월 24일 발매한 일본어 앨범 'Find voice in song'(파인드 보이스 인 송) 발매 이후 갖는 첫 콘서트여서 더욱 의미가 있는 자리였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큰 의미는 바로 숙원하면서도 많은 용기가 필요했던 복귀 무대였기 때문이 아닐까.

공연 2일차, 오후 7시, 관객들이 꽉 들어찬 공연장 전면의 대형 무대 위로 조명이 켜지고 스크린에는 신혜성의 일상이 담긴 영상이 지나갔다. 그리고 곧 어디선가 그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자, 객석의 관객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기립해 야광봉을 흔들며 그를 맞았다.
일본어 앨범 수록 곡 ‘코토바니 데키나이’ (コトバにできない: 말로 표현 할 수 없어)와 ‘하루노 나카데’(春の中で: 봄 속에서)를 시작으로 공연을 알린 신혜성은 일본어 앨범 타이틀 곡 ‘니지노 무꼬우’ 虹の向こう: 무지개 저편)를 비롯 총 7곡의 일본어 앨범 수록곡들을 부르며 큰 환호를 받았다.
또, ‘그대라서’, ‘애인’, ‘첫사람’ 등 국내에서 발표된 신혜성 솔로앨범 중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은 곡들과 영화 ‘Once’(원스)의 OST 수록 곡 ‘Falling Slowly’, 팝송 ‘How deep is your love’, 휘트니 휴스턴의 ‘Greatest love of all’을 재편곡해 신혜성만의 감미로운 목소리로 부르는 등 다양한 레퍼토리로 팬들의 감동을 자아냈다.
이후에는 ‘T.O.P’, ‘Hey, come on’, ‘Brand new’, ‘Perfect man’으로 이어지는 신화 히트곡 메들리로 공연 분위기가 절정에 달했으며, 신혜성의 대표 곡이라 할 수 있는 지난 2005년 발매된 신혜성 1집 ‘오월지련(五.月.之.戀)’의 타이틀 곡 ‘같은생각’과 2008년 발매된 신혜성 3집 SIDE 1 ‘LIVE AND LET LIVE’의 타이틀 곡 ‘그대라서’의 무대를 끝으로 장장 2시간 30분여 간 펼쳐진 공연의 대미를 장식했다.
이날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은 대부분 3~ 40대 일본인 여성 관객들이었다. 공연 시작 몇 시간 전부터 이미 콘서트장 입구에 줄을 늘어선 관객들은 신혜성의 사진과 브로마이드, 한국어로 된 플랜카드 등을 들고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이었다. 그룹 신화의 멤버로서나 솔로 가수로서나 '한류스타' 신혜성의 위상을 입증할 수 있을 만큼 대단한 인기였다.

특히 이날 신혜성은 공연 도중 팬들에게 “오랜만에 여러분들 앞에 서서 노래하게 되어 기쁘다. 여러분들의 사랑과 위로가 없었더라면 지금 이 자리에서 여러분을 다시 볼 수 없었을 것이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그 동안의 심경을 전하며 눈시울을 붉혀 그간의 고충을 짐작케 했다. 또 “신화로서도 최대한 빨리 뭉쳐 일본에도 인사를 드리겠다”며 멤버들의 근황을 전해 더 큰 환호를 받기도 했다.
공연 전 기자회견에 모습을 드러낸 신혜성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잔뜩 위축된 모습이었다. 그러나 공연 이후, 관객들의 박수와 환호를 받은 그는 흐르는 땀을 주체하지 못할 만큼 열정적인 무대를 선보였다. 땀에 흠뻑 젖은 얼굴엔 어느새 눈물이 교차했다. 지난 해 본인의 잘못으로 너무나 힘든 시간을 보냈던 신혜성에게 이날 공연은 그간의 눈물과 땀이 모아 만들어진 재기의 순간이었다.
본인의 표현을 빌려 '할 것이 가수 밖에 없고, 할 줄 아는 게 노래 밖에 없는' 이 남자에게는 그간의 호된 꾸지람만큼 이제 온기 있는 시선이 필요해보였다.
한편 신혜성은 이번 일본에서의 콘서트를 시작으로 오는 7~ 8월 중 대만 태국 상해 등지에서 아시아 프로모션 및 팬미팅을 가질 예정이다. 또 지난 2월 일본에서 발매된 새 앨범과 베스트 앨범이 곧 국내에서도 라이선스로 발매되며 가을경에는 정규 4집을 새롭게 선보이고 아시아 투어 콘서트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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