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월화극 '동이'가 장옥정의 중전 책봉식과 궐 밖으로 쫓겨나게 된 동이의 모습을 끝으로 4분기 중 1분기를 끝냈다.
흥행제조기 이병훈 감독의 신작으로 화제를 모았던 '동이'는 초반 20%의 시청률을 달성하며, 월화극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분명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시청률 한자리수의 드라마가 비일비재하고 있는 상황에서 꾸준히 20%의 시청률이 나오고 있다는 것은 성공적인 성과라 할 만하다.
그럼에도 아직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이병훈 감독의 전작들의 이력이 너무 화려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병훈 감독 작품의 정점을 찍었던 '대장금'을 비롯 '허준' '상도' '이산' 등이 국민 드라마라 할만큼 높은 시청률을 보였고, 시청자들의 반응도 폭발적이었다.

이에 비해 '동이'는 그의 이름값에 못미치는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이다. 이병훈 감독은 이 드라마를 시작하며 그동안 많은 사극에서 주인공으로 다뤄왔던 장희빈과 숙종을 조연으로 앉히고, 숙빈 최씨라는 새로운 인물을 등장시켜 그 시대를 새롭게 조명해보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또한 숙종에게 '깨방정'까지 시키는 모험을 감행하기도 했다. 그에 비해 20%라는 시청률은 확실히 '김빠지는' 수치다.
하지만 이런 수치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동이를 주인공을 부각시키는 과정에서 이야기의 초점이 너무 동이에게 몰려있고, 그에게 너무 많은 능력을 부여한 탓이다. 극 중 동이는 숙종과 희빈 또는 인현왕후보다 뛰어난 존재여야 하기에, 모든 능력을 다 갖추고 있는 그야말로 '수퍼우먼'이자 '수퍼 히어로'로 그려진다.
오지랖이 넓어서 궁내의 모든 사건과 어려움에 관여하고, 동이가 나타나기만 하면 모든 사건과 갈등이 해결이 된다. 천하의 장희재도 당할 수 없고, 포청 '엘리트' 종사관 서용기는 동이의 어시스턴트로 전락한다. 심지어 장희빈의 거대한 권력조차도 동이의 기지에 무용지물이 된다.
물론 주인공의 멋진 활약은 시청자들에게 대리만족과 통쾌함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동이'는 2시간 분량의 '무비'가 아니라 긴 호흡으로 가야하는 '드라마'다. 일회성으로 끝나는 활약이 아니라 매회가 이런 과정의 반복이라면 시청자들은 질릴 수밖에 없다.
시청자들 역시 "동이는 무슨 특수기관 정보 요원 같다. 동이 앞에 꼼짝도 못하는 장희빈은 역사상 최고 악녀라는 이름이 아깝다" "동이만 나타나면 모든 사건이 해결된다"는 불만들을 토로하며, 이 같은 사건의 반복에 지루하다는 반응들이다.
2분기에 들어선 '동이'가 30%를 넘어 40%의 시청률을 달성하는 '국민 드라마'가 되기 위해서는 좀 더 현실적인 동이의 캐릭터 변화와 다변화된 이야기 구조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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