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윈 가능성 충분한 '장성호 트레이드'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0.06.08 10: 02

드디어 '스나이퍼'가 새 둥지를 찾았다. 한화 이글스와 KIA 타이거즈가 장성호(33)-안영명(26)이 축으로 한 3-3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한화와 KIA는 8일 "현장의 요청에 따라 한화가 좌타 1루수 장성호와 우완 이동현(31), 외야수 김경언(28)을 받고 KIA가 선발-계투 병용이 가능한 우완 안영명(26)에 2년차 우완 박성호(24), 신고선수 출신 외야수 김다원(25)을 받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라는 보도자료를 각각 발표했다. 이로써 그동안 시일을 끌어오던 장성호 트레이드가 확정되었다.
한대화 한화 감독이 그동안 장성호의 필요성을 절감하며 트레이드 성립을 기다린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 한 감독은 이미 전지훈련 시작 전부터 "리빌딩도 실력있는 베테랑이 있어야 할 수 있는 법"이라며 장성호의 필요성을 넌지시 비췄다. 오른손 타자 일색의 중심 타선에 장성호의 합류로 좌-우 균형을 맞출 수 있기 때문.

지난 1996년 해태에 입단한 이후 지난해까지 통산 3할6리 195홈런 882타점을 기록하며 국내 무대를 대표하는 좌타자 중 한 명으로 명성을 떨친 장성호는 지난 시즌 후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재취득하며 시장에 나왔으나 어느 팀의 오퍼도 받지 못했다. 울며 겨자먹기로 1년 2억5000만원에 KIA와 재계약을 체결했으나 이미 조범현 감독은 장성호 없이 2010시즌 계획을 구상, 사인 앤 트레이드 가능성은 확정적이었다.
1군 출장이 없어 올 시즌 성적이 전무한 장성호지만 다른 팀에 가면 충분히 제 몫을 할 수 있는 타자가 바로 그였던 만큼 KIA는 장성호의 이름값에 걸맞는 선수를 받고자 했다. 이 가운데 올 시즌을 치르면서 KIA는 손영민-곽정철과 함께 필승 셋업맨으로 활약하는 동시에 마무리 유동훈에게 바통을 안정적으로 이어줄 투수를 필요로 했고 지난해 선발로도 11승을 거둔 안영명이 반대급부로 이적하게 되었다.
이 거래를 통해 한화는 정교함을 갖춘 베테랑 왼손 3번 타자를 보유하게 되었으며 KIA 또한 그토록 필요로 하던 필승 카드의 한 퍼즐을 손에 넣었다. 안영명은 올 시즌 3승1패 평균 자책점 8.16(7일 현재)으로 다소 부진한 모습이지만 140km대 중반의 묵직한 직구와 움직임이 괜찮은 커브를 섞어던질 수 있는 투수다.
이들과 함께 이적하는 선수들의 면면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단국대-상무를 거쳐 지난 2004년 KIA에 입단한 뒤 한화로 이적하게 된 이동현은 볼 끝이 워낙 좋아 매년 선발 물망에 올랐던 우완이다. 포수 출신으로 어깨가 상대적으로 싱싱하다는 강점을 갖추고 있어 투구 밸런스를 제대로 잡는다면 박정진-마일영-윤규진과 함께 계투진을 구축할 수 있는 투수임에 틀림없다.
경남상고(현 부경고) 시절 '제2의 이병규'로 불리며 공-수-주를 갖춘 외야 유망주로 평가받던 김경언은 지난 2006년 척추 분리증으로 인해 수술을 받은 이후 1군에서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그러나 운동능력만큼은 발군이라 실전 감각을 회복한다면 한화 외야진과 좌타 라인에 힘을 보탤 수 있는 선수다.
지난해까지 한화 지휘봉을 잡았던 김인식 현 KBO 기술위원장은 박성호의 가능성에 대해 수 차례 언급한 바 있다. 197cm 115kg의 당당한 체구를 자랑하며 묵직한 볼 끝을 보여주었으나 제구력과 경기운영능력에서 아쉬움을 비춰 중용되지 못했던 유망주로 새 둥지 KIA에서 어떻게 그를 연마하느냐도 눈여겨 볼 만 하다.
김다원은 동료들이 인정하던 의외의 실력파. 빠른 발과 컨택 능력을 갖춘 선수인만큼 앞으로의 경기 경험을 쌓는 동시에 선수 본인 스스로 자신감을 높인다면 1군에서도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유망주다. 광주 동성고 출신으로 연고 유망주라는 점도 플러스 요인이 될 만 하다.
선수들 개개인의 성향과 양 팀의 현 상황을 감안하면 윈-윈 트레이드 가능성이 충분한 거래다. 매물 카드가 추가되며 '대형 트레이드'가 된 '장성호 트레이드'가 2010시즌이 끝나는 날 양 팀에 어떤 성적표를 남길 것인지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farinelli@osen.co.kr
 
<사진> 장성호.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