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트코비치, 인천과 '아름다운 이별'
OSEN 박린 기자
발행 2010.06.09 07: 46

"지금껏 여러 감독님들을 만나왔지만 선수들을 인간적으로 잘 대해준 최고의 감독님이었다"(인천 주장 전재호).
"인천은 제 2의 고향으로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다"(일리야 페트코비치 감독).
'그라운드의 신사' 일리야 페트코비치(65, 세르비아) 감독이 인천 유나이티드와 아름다운 이별을 고했다.

페트코비치 감독은 지난 2009년 1월 인천 고문에서 정식 사령탑으로 임명돼 그 해 팀을 4년 만에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시키는 등 통산 20승17무15패로 좋은 성적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유방암 투병 중인 아내 간호를 위해 지난 8일 구단에 양해를 구하고 자진 사임했다.
페트코비치 감독은 개인 사정으로 팀을 떠나는 것을 매우 미안해하며 휴가 중인 선수들에게조차 연락하지 말아줄 것을 요청했으며, 갑작스럽게 소식을 접한 전재호 강수일 유병수는 해외여행 등 개인적인 일정을 취소하고 8일 인천 국제공항을 찾아 작별 인사를 나눴다. 
페트코비치 감독은 선수들을 일일이 꼭 안아주고 등을 토닥이며 마지막 인사를 나눴고, 강수일은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인천의 캡틴 전재호는 "지금껏 여러 감독님들을 만나왔지만 선수들을 정말 인간적으로 잘 대해주셨다. 은퇴 후 (지도자 생활을 걷더라도 가르침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내게는 최고의 감독님이었다"고 아쉬움을 표했고, 페트코비치 감독은 인천 유나이티드와 오래 함께 하지 못한 점을 계속 아쉬워하며 출국 게이트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특히 페트코비치 감독은 근 1년 5개월 동안 그라운드의 신사로서 선수들과 팬들의 두터운 신뢰를 받아왔기에 이번 이별은 아쉬움을 더했다.
페트코비치 감독은 평소 선수 개인에 대한 칭찬 혹은 질책을 자제하는 자신만의 축구철학으로 변함없는 믿음을 고수해왔다. 감독의 한 마디가 선수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신념을 갖고 있기 때문. 
일례로 유병수가 지난 시즌 잘할 때도 칭찬을 아꼈고, 반대로 올 시즌 초반 부진할 때도 특별한 질책 없이 꾸준히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4경기에서 9골을 터트리는 부활을 이끌기도 했다. 
이 외에도 지난 3월 한덕희와 장원석이 부상으로 입원해있는 병원에 사전통보 없이 병문안을 가는 등 부상 선수들에 애정도 각별했다.
그리고 페트코비치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가장 먼저 팬들에게 감사함 혹은 미안함을 전하는 등 팬들에 대한 사랑도 특별했고, "모든 경기에서 인천 선수들이 넘어졌을 때 일으켜준 팬들에게 감사한다"고 마지막까지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인천 팬들은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1년 반 잊지 못할 겁니다", "부인의 완쾌를 기원합니다" 등 글을 남기며 페트코비치를 향해 고마움과 아쉬움을 함께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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