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백' 여현수, "'번지점프..' 벗어나 욕 좀 먹고 싶다"[인터뷰]
OSEN 윤가이 기자
발행 2010.06.09 09: 45

여현수. 이름 석 자를 아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하지만 얼굴을 보고나면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은 많다. 특히나 이병헌-故이은주 주연의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를 기억하는 영화 팬들이라면.
여현수가 돌아왔다. 2001년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이병헌의 소울메이트로 등장해 아련한 듯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배우. 그 이후에도 몇 편의 작품 활동을 했지만 어느 날 홀연히 사라졌다. 변화와 발전에 대한 갈망 때문에 '전환점'이 필요했다. 남들 다 가는 군대지만 여현수에게는 또 다른 의미가 되었다. 연예병사로 복무한 군 생활 2년, 연기가 미치도록 하고 싶어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었단다. 남들처럼 평범한 회사원이 되어볼까 잠시 생각도 해봤지만 오래 가지 못했다. '배우가 아니고서 다른 일은 생각할 수 없는 사람'이란 것을 확신하게 되는 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는 그.
"제가 아역배우 출신인 줄 아시는 분들도 많아요. 많이들 기억하시는 '번지점프를 하다' 속 다소 통통하고 앳된 이미지를 벗고 싶었어요. 그래서 의도적으로도 체중 감량을 많이 했죠."

인터뷰를 위해 만난 여현수는 몇 년 전 기억 속 모습이 아니었다. 확실히 날렵해진 턱선과 단단해진 몸매에서 남성미가 풍겨났다. 다소 가무잡잡한 피부 톤은 약간의 섹시함까지 더해줬다. 내일 모레면 서른 살이다. 이제 남자 인생에서 제대로 된 '한 방'을 터뜨려볼 시기가 된 것 아닌가.
"제대는 작년 5월에 진작 했는데, 운 좋게 금방 작품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어요. 그래서 영화 '서서 자는 나무'를 찍었는데, 아마 하반기에 개봉할 것으로 생각해요." 여현수는 제대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송창의 서지혜 주아민 등과 함께 영화를 촬영했다. 군 복무 기간까지 다 합쳐 약 4년의 공백이 있었지만 슛이 들어가는 순간, 하나도 어색하지 않았다고.
"좀 떨리고 긴장되고 어색할 줄 알았는데. 막상 카메라 앞에 서니 너무 편안하더라고요. '그래, 이 느낌이야'라고 생각했죠. 너무 재미있고 신나게 찍었어요." 하지만 영화 촬영 외에 딱히 컴백을 알리거나 대중 앞에 나서는 일은 없었다. 많은 연예인들이 제대 직후 인터뷰나 각종 방송 활동에 공을 들이며 홍보를 하는 데 비해 조용히 있었던 셈이다. 왜 그랬을까.
"사실 작품으로 보여드리면 된다고 생각했죠. 성격상 인터뷰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거나 이런 것들이 쉽지도 않고. 어차피 인기를 바라는 게 아니라 연기를 하려는 배우니까요. 또 좀 더 확 달라진 모습으로 대중 앞에 다시 서고 싶은 생각도 있었어요. 외모적으로도 좀 더 남자답고 색다른 이미지로요. 그래서 살도 빼고 운동도 더 많이 하고.. 저 좀 달라 보이나요? 하하하" 많이 달라보였다. 예전 영화나 드라마 속 학생 같고 착한 아들 같던 이미지는 온데간데없이 오히려 강인하고 단단한 이미지가 압도했다.
"'번지점프를 하다'가 제 대표작이 되었고 많은 분들이 그 모습을 좋아해주셨지만 이제는 좀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좀 남자답고 강렬한 역할 있잖아요. 악랄한 캐릭터도 하고 싶고요. 뭔가 싸이코패스? 이런 역할도 좋고... 먼저 이미지가 바뀌어야 그런 캐릭터나 작품들도 들어올 것 같고. 보시는 관객들도 '이런 면이 있었네'하시면서 봐주실 것 같았어요. 이젠 욕먹는 역할 좀 해보려고요. 욕먹어야 오래 산다잖아요. 하하하"
그래서 요즘 여현수의 일상은 단조롭지만 희망으로 가득 차 있다. "홈시어터를 만드는 게 제 숙원사업(?)이었는데, 제대하자마자 이뤄냈어요. 그래서 요즘은 집에서 혼자 영화를 무척 많이 보죠. 혼자서 보니까 여럿이 극장에서 보면서는 느낄 수 없었던 감정들을 정말 섬세하게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요. 혼자 울기도 하고요. 하하하" 그리고 영어를 공부하고 트렌드를 알기 위해서라도 미국 드라마를 많이 본다고 했다. 자막이 없는 채로 보고 듣고 하면서 영어 실력이 늘어가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학원을 다니든 과외를 하던 조만간 영어는 꼭 마스터해야겠다고 다짐했단다.
집에서 영화나 미드를 보고 집 밖에 나와선 하루에 6시간씩 운동하는 게 여현수의 요즘 일상이다. 당장 또 다른 작품을 들어갈 수도 있지만 오래 기다려 온 만큼 더 좋은 작품과 캐릭터를 만나고 싶다고. "서른 살 여현수가 보여줘야 할 것들에 대해 고민 중이에요. '짐승돌' 이런 건 아니더라도 남자다운 이미지도 좀 보여드리고 싶고요. 작품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하거나 그러고 싶진 않아요. 오랜만에 나와도 관객들이 '아, 얘는 배우구나'하는 존재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드리고 싶네요."
아직은 좀 섣부르지만 마음속에는 또 하나의 숙원이 생겼다. "할리우드 한번 가봐야죠. 배우로서 한번쯤은 정점을 찍어봐야 하지 않을까요. 쉽지 않겠지만 차근차근 해나가면 언젠가 기회가 올 수 있다고 믿어요. 그래서 영어 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으려고요. 지켜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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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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