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색 모자, 등번호 '37'이 선명히 찍힌 하얀색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 위에 선 '스트라스버그'는 위풍당당했다. 그의 투구 하나하나에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가 들썩였다.
미국프로야구(MLB) 워싱턴 내셔널스 '괴물투수' 스티븐 스트라스버그(22)가 9일(한국시간) 홈구장인 내셔널스 파크에서 벌어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 4피안타 무사사구 14탈삼진 2실점을 기록하며 데뷔전에서 승리를 거뒀다. 스트라스버그는 첫 등판에서 피츠버그 선발타자 전원 탈삼진이라는 대기록도 달성했다.
스트라스버그는 지난 해 메이저리그 아마추어 드래프트 전체 1번으로 워싱턴에 지명 돼 역대 신인 최고 금액인 1510만달러(약 175억원)에 계약했다. 지난 해 드래프트 직후 OSEN과 전화통화에서 휴스턴 애스트로스 극동담당 스카우트인 글랜 바커는 "스트라스버그는 급이 다른 선수"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메이저리그에 직행할 수도 있었지만 스트라스버그는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아마추어에서와 달리 선발 투수로서 매 경기 100개 이상의 투구수를 소화해야 하고, 타자들과 승부하는 방법 및 주자 견제 능력을 키우기 위함이었다. 스트라스버그는 트리플A에서 4승1패 평균자책점 1.08을 기록하며 메이저리그 준비를 마쳤다.
'괴물투수' 스트라스버그도 데뷔전에서는 긴장했다. 스트라스버그는 1회 제구가 흔들리며 불리한 볼카운트로 타자들을 상대했다. 그러나 그는 이내 자신에게 유리한 볼카운트를 잡아내며 자신의 주무기인 삼진을 솎아내기 시작했다.
1회초 선두타자 앤드류 매커첸을 유격수 앞 땅볼로 잡아낸 스트라스버그는 2사 후 3번 라스팅스 밀리지를 볼카운트 2-1에서 4구째 92마일(148km) 체인지업을 던져 데뷔 첫 삼진을 잡아냈다.
스트라스버그는 2회초에도 개럿 존스와 델윈 영을 삼진으로 잡아내며 3타자 연속 삼진을 솎아냈다. 3회에도 2타자를 삼진 처리한 스트라스버그는 4회초 연속 안타를 맞고 무사 1,2루 위기를 맞았으나 98마일 직구로 유격수 앞 내야 땅볼을 유도하며 병살타 유도했다. 그러나 5번 델윈 영에게 볼카운트 0-1에서 90마일(145km) 체인지업을 던지다 우월 투런 홈런을 맞고 실점했다.
그러나 이내 안정을 되찾은 스트라스버그는 5회 투아웃부터 7회까지 7타자 연속 삼진을 잡아냈다. 특히 6회 1사 후 닐 워커를 상대로 101마일(163km) 포심 패스트볼(직구)를 던지며 이날 최고 빠른 공을 스피드건에 찍었고 7회에도 99마일(159km)의 빠른공을 던지는 놀라운 파워를 보여줬다.
스트라스버그는 직구 평균구속을 94~96마일(151~154km)를 꾸준히 유지했다. 커브는 82마일(132km) 정도였지만 낙차가 상당해 폭포수 커브라고 불러도 될 정도였다. 여기에 보통 투수의 직구 구속과 맞먹는 91마일(146km) 체인지업은 타자들의 방망이가 허공에 헛돌게 했다.
이날 경기장은 4만 1546석이 일찍이 매진됐고, 샌디에이고 대학시절 감독이었던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 헌액자인 토니 그윈도 경기장을 찾았다. 그윈은 경기 도중 엠엘비닷컴(MLB.com) 리포터와 인터뷰에서 "대학시절보다 더 잘 던졌다"며 "마운드에서 공격적인 모습이 인상적"이라며 제자를 칭찬했다.
스트라스버그는 타석에서는 2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그러나 그는 첫 타석에서는 좌전 안타성 타구를 날렸지만 피츠버그 유격수의 호수비에 걸려 아웃 됐다.
워싱턴은 1-2로 뒤지던 6회말 애덤 던의 역전 투런 홈런과 조시 윌링햄의 백투백 홈런까지 터지며 5-2로 역전승을 거두며 '괴물투수' 스트라스버그의 데뷔전에 큰 선물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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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MLB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