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주력부대 6‧25 파병 이들이 받은 표창 900개
참전 기념 동상 물어보니 여행자 센터도 의미 몰라
[이브닝신문/OSEN=김병기 블로거특파원] 케이프타운은 며칠 동안 비만 내렸다. 테이블 마운틴(table mountain)의 드넓은 봉우리도 한동안 볼 수 없었다.

아침까지 내리던 비가 잠시 멈췄다. 오랜만의 햇살. 바람도 쐴 겸 시내로 나갔다. 바람이 많이 불고 날씨가 흐렸지만, 간간히 볼 수 있는 태극기와 대표팀 유니폼, “지성 팍 지성 팍” 소리에 신이 났다.
길 한가운데에 날개를 단 여신상과 군인들의 동상이 나타났다. 가까이 가보니 영어와 아프리칸스어로 한국전쟁(THE KOREAN WAR / DIE OORLOG IN KOREA)이라는 글귀가 보인다. 이 동상들은 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에 참전한 용사들을 기념하여 세운 탑이라고 한다.
한국전쟁 참전국은 16개국, 아프리카에서 남아공과 에티오피아 두 나라가 군인들을 파병했다. 6‧25 전쟁 때 우리나라를 찾은 아프리카 군인들이라… 상상만 해도 낯설다.
당시 남아공은 그들의 주력 부대인 공군 852명을 파병했다. 이들 중 일부는 2차 세계대전에서 큰 공을 세운 전쟁영웅이었다. 미국, 영국을 비롯해 공군을 파견한 나라는 불과 6개국뿐이다.
남아공 공군은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한 전과를 올렸다. 참전 용사에 대한 기사가 대부분 그렇지만 이들은 조금 특별하다. 852명 공군 부대가 받은 표창이 900개가 넘는다. 은성훈장 2개와 3개의 공로훈장, 55개의 공군 수훈 십자훈장과 40개의 청동성장, 그 외 메달이 800여개다. 한국과 미국 정부의 대통령 부대표창을 받는 영광도 얻었다.
사실 이 추모탑을 신경 쓰는 남아공 현지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여행자 정보센터조차 이 탑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지 못했고, ‘스테이션 근처에 있는 탑’ 이라는 정도의 짤막한 설명만 들을 수 있었다.
반대로 한국전쟁에서 남아공이 파병을 했다는 사실을 아는 한국인도 적다.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언젠가 다음 월드컵에서 한국과 남아공이 국기를 흔들며 서로를 응원하는 엉뚱한 상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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