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스터 감독, "무승부=패, 선수-팬 의욕 뺏는 악규(惡規)"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0.06.09 18: 41

"12회말 수비에 나선다는 것. 파행경기로 치달을 수도 있다".
 
재임 3번째 시즌 만에 처음으로 맛보는, 1패와 같은 1무승부. 제리 로이스터 롯데 자이언츠 감독이 무승부를 패배로 간주하는 규칙에 대해 꼬집었다.

 
로이스터 감독은 9일 목동구장에서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를 앞두고 덕아웃서 먼저 전날(8일) 9회초 1사 만루서 나온 이대호의 병살 타구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는 라인드라이브 타구였으나 3루 주자 손아섭이 홈으로 쇄도했고 3루심의 직선타 아웃 동작이 없어 땅볼로 간주되었다.
 
기록 상으로는 넥센 3루수 황재균이 공을 잡아 3루를 밟으면서 2루 주자 조성환을 아웃시키고 1루로 송구해 타자주자 이대호를 아웃시키며 공수교대로 표시되었다. 그러나 현장의 선수들은 "직선 타구였다. 다만 배트가 부러지며 방망이 조각이 공이 아래로 튀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고 손아섭이 홈으로 쇄도해 혼선이 왔다"라고 입을 모았다.
 
타구를 잡은 황재균도 "손아섭이 홈으로 뛰어 일단 3루를 밟고 1루로 던졌다. 1루로 귀루했던 홍성흔 선배가 '왜 1루로 던졌냐'라고 하더라"라고 밝혔다. 원래 직선타였다는 이야기.
 
"벤치에서 보기에는 직선타 아웃이 맞았다"라며 웃음을 보인 로이스터 감독. 잠시 전날 해프닝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 후 로이스터 감독의 쓴소리가 이어졌다. 지난 시즌부터 시행된 무승부=패배 규정이 결국 패배가 확정된 상태에서 12회말 수비에 나서는 원정팀의 의욕을 뺏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
 
"마음에 들지 않았다. 12회초 공격이 무위로 끝나며 실질적인 패배가 결정된 순간 선수들은 수비를 위해 그라운드로 나가야 한다. 선수는 물론이거니와 응원한 팬들에게도 더없이 안 좋은 일이다. 안 좋은 규칙은 바뀌어야 하지 않는가".
 
실제로 지난해 SK는 80승 6무 47패를 기록하며 승률 6할2리로 KIA(81승 4무 48패, 승률 6할9리)에 게임 차 없이 2위에 그쳐 3년 연속 페넌트레이스 왕좌 등극에 실패했다. 2007년까지 무승부를 승률에 고려하지 않는 방식으로 계산하면 SK의 승률은 6할3푼으로 KIA 승률 6할2푼8리에 앞서는 1위다. 이미 지난 시즌 시행 전부터 '뜨거운 감자'로 논란을 불러 일으켰으나 올 시즌에도 2년 연속 같은 규칙이 이어지고 있다.
 
"시즌 말미 순위가 모두 결정된 상황에서 주전 선수들을 대거 결장시켜 경기력이 떨어지는 경기만 계속된다면 그 순간은 파행이 되는 것이다. 패배가 확정된 상황에서 12회말 수비에 나서 투수를 아끼기 위해 야수를 마운드에 올린다거나 하는 것 또한 파행 경기와 같다. 선수단이나 팬이나 만족한 사람이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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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010 CJ마구마구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가 9일 오후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렸다.
이날 경기에서 넥센은 배힘찬을 롯데는 사도스키를 선발투수로 내세웠다.
경기 전 롯데 로이스터 감독이 선수들에게 타격연습을 지시하고 있다.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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