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번트와 인연이 없을 것 같은 두산 4번타자 김동주가 11년만에 희생번트를 성공시켰다.
김동주는 10일 광주 KIA경기에서 생애 두 번째로 희생번트를 성공시켰다. 그의 번트쇼는 1-0으로 아슬아슬하게 앞선 6회초에 벌어졌다. 선두타자 고영민이 3루 내야안타, 김현수가 볼넷을 얻어 1,2루 기회를 잡았다.

김경문 감독은 이날 타석전 김동주를 불러 뭔가를 이야기했다. 아마 번트를 특별주문한 것으로 보였다. 4번타자에게 번트를 부탁하는 예우였던 모양이다. 굳은 각오로 타석에 들어선 김동주는 처음부터 방망이를 짧게 잡고 번트에 나섰다.
초구는 볼, 2구 번트는 파울. 그러나 3구째는 1루쪽으로 알맞게 굴러가는 안전한 번트를 날렸다. KIA 투수 곽정철이 재빨리 잡아 3루 송구를 시도했으나 너무 늦었고 결국 1루에 볼을 던져 김동주를 잡아냈다. 김동주의 혼신 번트가 통했던지 다음타자 최준석이 3루수 옆을 빠지는 2타점짜리 2루타를 날려 3-0까지 달아났다.
김동주에게는 생애 통산 두 번째 희생번트이다. 지난 99년 4월19일 군산 쌍방울 레이더스와의 경기에서 프로 첫 희생번트를 기록했다. 무려 11년만의 희생번트이다. 이 기록은 번트를 성공시킨 횟수일뿐 시도횟수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주로 4번타자로 나섰고 번트를 애용하지 않았던 김인식 감독과 김경문 감독의 스타일을 감안하면 시도 횟수는 극히 적었을 것으로 보인다.두산 홍보팀 조성일 차장은 "아마 현대와의 경기때 한번 시도하려다 실패한 적이 있었던 같다"고 기억했다.
여기에 주목되는 대목은 김경문 감독의 의지였다. 1-0으로 아슬아슬하게 앞선데다 좀처럼 추가득점을 못하자 승부수를 던졌다. 이날마저 이기지 못한다면 3연패를 당하는데다 선두 SK와 주말 3연전을 갖게 된다. 일단 연패를 끊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었다. 앞선 2경기에서 김동주와 최준석이 무안타의 부진에 빠진 점도 번트 이유가 된 듯하다.
김경문 감독은 부임초기에 비해 올들어 번트횟수가 늘어났다. 그럼에도 두산의 9일 현재 팀 희생번트수는 23개(7위)에 불과할 만큼 번트를 자제하는 편이다. 그러나 8회말 추격의 한 점을 내준 두산으로서는 귀중한 번트였다. 연패탈출을 향한 김경문 감독이 집념의 4번타자 번트로 승기를 잡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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