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 시장 진입 3년 만에 얻은 쾌거였다. 곰TV MSL 시즌1을 시작으로 'TG삼보-인텔' 클래식 시즌3까지 나름대로 모진 '시련'과 '아픔'뒤에 따라온 아름다운 '결실'이다.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와 계약, 한국 내 대회주최권과 방송권을 갖게 된 그래텍 이야기다.
예전에는 e스포츠판에 갓 발을 들여놓은 약자로 '클래식'이 시즌3까지만 진행되고 끝난 아픈 추억이 있지만 이제는 확실하게 주객이 전도됐다.
과거 대회를 열려고 해도 참가팀을 섭외하지 못해 개최를 접어야 했던 상처는 어디서도 찾기 힘들다. 이제는 아이러니컬하게 한국e스포츠협회 뿐만 아니라 지난 11년간 e스포츠를 주력으로 삼았던 양대 케이블 게임방송국들도 그래텍의 눈치를 봐야 하는 입장이 됐다. 즉 명실상부한 강자로 변신에 성공했다.

즉 지난 11년간 e스포츠 주체세력들이 그래텍에 숙이고 들어가 협상을 하는 게 분명 현실이 되버렸다. 사실 어찌 보면 경이롭기까지 하다. 분명한 사실 하나는 그래텍이 양대 게임 방송국에 비해 해외송출 부문은 확실하게 우위에 섰다는 점이다.
지난 5월 31일 한국e스포츠협회와 프로게임단들이 기자회견을 가지고 난 뒤 약자에서 강자로 변모한 그래텍의 행보가 눈여겨 볼 만하다. 한쪽으로는 한국e스포츠협회와 '대화 의지'가 없음을 밝히고 다른 한 쪽으로는 '공문을 보낸 뒤 회신 없다'는 언론 플레이를 펼치며 대조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협회 기자회견 이후 지난 1일 그래텍의 한 관계자는 "협회가 우리와 대화 의지가 없음을 분명히 밝혀 우리쪽에서 먼저 연락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대화로 풀어나가는 것이 좋지 않겠냐' 라는 질문에도 대답은 분명 'No' 였다.
그래텍 관계자는 "만약 우리가 공문을 보내도 협회쪽에서 그걸 구실 삼아 기자회견을 할 것이 두렵다"라며 "협회와 대화는 너무나 조심스럽다"며 협회와 협상에 대한 조심스러움을 내비쳤다.
하지만 불과 1주일이 지나기도 전인 지난 4일 오후 그래텍은 '대화 의지'가 담긴 공문을 못내고 불과 닷새(5일과 6일은 주말)를 기다리지 못한 8일 협회가 대화 의지가 없다는 뜻을 한 매체를 통해 밝히는 웃지 못할 사태를 연출했다.
이에 대해 그래텍 홍보팀은 "내부 커뮤니케이션 오류로 인한 것"이라는 궁색한 변명으로 사태를 넘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즉 상대를 한 편으로는 배려하는 듯하면서 여건이 열악해진 상대를 맹렬히 비난하는 두 얼굴의 모습을 보인 것.
e스포츠의 중흥을 꿈꾸고 들어왔다는 그래텍이 원하는 소리는 바로 신흥 'e스포츠의 메카'일 것이다. 그런 바람도 과거에 얽매여 앞을 내다보지 못한다면 기다리고 있는 답은 '중흥'이 아닌 '몰락'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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