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1일 남아프리카공화국-멕시코(A조), 요하네스버그]
북중미의 전통 강호인 멕시코와 대회 개최국인 남아공의 특색이 잘 드러난 경기였다. 양 팀 모두 전술적인 부분보다는 개인의 능력과 콤비네이션 패스 플레이에 의존하며 공격을 풀어나갔다.
남아공은 4-4-2 포메이션을 짜임새 있게 운영했다. 전반전 및 선취점을 기록한 이후에는 수비적으로 경기를 운영했는데 이것이 승리를 목전에서 놓친 원인이라 할 수 있다.

흔히 선수비, 후역습이라 일컫는 전술에서는 인터셉트 후 빠른 역습이 필수적으로 동반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아공은 인터셉트를 한 후 종패스가 아닌 횡패스로 지공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였다. 경기 막판 음펠라(9번)가 골포스트를 맞힌 것과 같은 속공이 1-0으로 리드한 이후 나오지 않은 것이 아쉬웠다.
결과론이지만 남아공이 지공이 아닌 속공으로 공격을 풀어나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1994년 미국 월드컵을 제패한 카를로스 알베르투 파레이라 감독의 역량 덕분인지 남아공은 유럽 팀을 연상케 하는 짜임새 있는 4백 지역방어를 선보였다.
이 정도의 수비력이라면 남아공의 공격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속공을 선택했을 경우 보다 많은 득점 찬스를 얻었을 수 있었을 것이다. 실제 후반 시작과 함께 보여준 남아공의 공격은 상당히 날카로웠다. 양 사이드의 미드필더들이 공격에 중점을 두자 빠른 콤비네이션 패스가 살아나며 결국 선제골까지 연결할 수 있었다.
멕시코는 공격적인 4-3-3 포메이션으로 1선에서부터 적극적으로 남아공을 압박했다. 팀의 완성도에 있어서는 멕시코가 한 수 위였지만, 결과적으로 많은 득점 찬스를 골로 연결시키지 못하면서 남아공에게 흐름을 넘겨주고 말았다.
멕시코는 포메이션에 따라 자리를 지키기보다는 남아공의 진영에서부터 압박하며 선취 득점에 대한 열의를 보였다. 멕시코는 공격 전환 시 신속한 종패스가 매우 위협적인 스타일의 국가였는데 아이러니컬하게도 지공으로 경기를 풀어나갔다.

이 경기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선수는 멕시코의 도스 산토스(17번)였다. 그는 일단 공을 잡으면 공간을 향해 저돌적으로 돌진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는 상대의 수비 진영을 파괴할 수 있다는 면에서 매우 효과적이다.
만약 돌파가 성공한다면 남아있는 상대 수비 숫자가 줄어들기 때문에 이것은 바로 위협적인 공격찬스로 이어지게 된다. 그 뿐 아니라 도스 산토스는 몸의 밸런스까지 좋아 우격다짐으로라도 공격을 마무리지을 수 있는 능력을 갖췄고 킥력도 좋다.
거기에 수비 시 적극적으로 압박하는 근성까지 갖추고 있어 마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루니를 연상하게 한다. 여기에 전술적인 이해도만 보완한다면 세계적인 스타로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
남아공은 아프리카 팀다운 순발력과 유럽 팀을 연상케 하는 기본기와 패싱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경기 막판을 제외하고는 효과적인 역습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전술적인 보완만 이뤄진다면 위협적인 팀이 될 것 같다.
멕시코는 경기를 지배하며 위협적인 찬스를 만들어냈지만 이를 골로 연결하지 못하는 모습을 수 차례 보였다. 공격 일변도인 전술은 흐름을 한 순간에 빼앗길 수 있는 위험성이 존재하는 만큼 완급을 조절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양 팀 모두 지공 상황에서 수비수 뒤 공간을 노리는 스루패스에 이은 공격이 매우 위협적이었는데 수비 전술이 나날이 발달하고 있는 현대 축구에서는 속공뿐만 아니라 지공 상황에서도 스루패스의 비중이 높아져야 한다.
OSEN 해설위원(FC KHT 김희태축구센터 이사장, 전 대우 로얄스 및 아주대 명지대 감독)
<정리> 김가람 인턴기자
<사진> 요하네스버그(남아공)=송석인 객원기자 song@osen.co.kr
■필자 소개
김희태(57) 해설위원은 국가대표팀 코치와 대우 로얄스, 아주대, 명지대 감독을 거친 70년대 대표팀 풀백 출신으로 OSEN에서 월드컵 해설을 맡고 있습니다. 김 위원은 아주대 감독 시절 서울기공의 안정환을 스카우트했고 명지대 사령탑으로 있을 때는 타 대학에서 관심을 갖지 않던 박지성을 발굴해 한국을 대표하는 스타 플레이어로 키워낸 주역입니다. 일간스포츠에서 15년간 해설위원을 역임했고 1990년 이탈리아 대회부터 2006년 대회까지 모두 5차례의 월드컵을 현장에서 지켜봤고 현재는 고향인 포천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축구센터를 직접 운영하며 초중고 선수들을 육성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