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에 처녀 출전한 태극전사들이 한국의 기분 좋은 첫 승을 이끌었다.
한국은 12일(한국시간) 오후 8시반 포트 엘리자베스의 넬슨 만델라 베이 스타디움서 벌어진 2010 남아공 월드컵 그리스와 B조 1차전서 2-0으로 승리, 상쾌한 스타트를 끊었다.

이날 월드컵 데뷔전을 치른 9명 중 가장 돋보이는 존재는 골키퍼 정성룡(25, 성남)이다. 붙박이 수문장이던 이운재를 제치고 선발로 출장해 무실점했다.
일반적으로 주전 골키퍼는 쉽게 바뀌지 않는 것이 관례다. 이런 이유로 이운재는 1994년 미국 대회서 45분간 출전하면서 월드컵을 처음 경험한 뒤 2002년과 2006년에는 주전 골키퍼로서 철옹성 같은 위엄을 보여 왔다.
하지만 허정무 감독은 16강 고지의 첫 도전인 그리스전에 노련한 이운재 대신 패기의 정성룡을 선택했다. 최근 평가전에서 정성룡이 안정감 있는 플레이로 가능성을 보인 것이 주효했다. 지난 4일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티볼리노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페인과의 평가전에 이운재에 이어 후반전에 교체 투입된 정성룡은 비록 한 골을 허용했지만 침착하고 정확한 플레이를 선보여 수비진을 안심시켰다.
그리스전 선제 결승골의 주역 이정수(가시마 앤틀러스) 역시 이번 남아공 월드컵이 자신의 인생에 있어 첫 도전이다. ‘골 넣는 수비수’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185cm, 76kg의 이정수는 이번 대회 전까지 A매치 25경기에 출전해 2골을 기록하고 있었다.
안양 LG서 프로에 데뷔한 이정수는 원래 공격수다. 그러나 수비수로 변신한 이후 국가대표에 발탁됐다. K리그에서 138경기에 출전해 6골 4어시스트를 기록한 이정수는 지난해 J리그에 진출해 교토 상가서 32경기 동안 5골을 넣었고, 팀을 옮긴 올 시즌에도 2골을 기록하며 세트 피스 상황에서 공격에 적극 가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리스전 선제골을 어시스트한 기성용(셀틱)과 이청용(볼튼 원더러스) 또한 월드컵에 첫 출전한 멤버들이다. FC 서울 출신인 둘은 어린 시절부터 K리그에 출전해 능력을 배양시키기 위해 노력했던 결과 기성용은 스코틀랜드 셀틱, 이청용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볼튼으로 각각 이적해 더욱 큰 선수로 발전하고 있다는 평가다.
돌파력과 감각적인 슈팅력을 겸비한 ‘날개’ 이청용, 묵직한 중거리 슈팅과 능란한 경기 조율 능력을 갖춘 ‘플레이메이커’ 기성용이 공유하는 장점은 창의성이다. 여기에 세계적인 선수들에게 주눅 들지 않는 담대함도 갖고 있어 전문가들은 두 사람을 한국 축구 대표팀을 이끌 차세대 대표선수로 꼽는다.
이외에도 김정우(광주 상무) 조용형(제주 유나이티드) 김재성(포항 스틸러스) 염기훈(수원 삼성) 이승렬(FC 서울)도 이날 월드컵 데뷔전을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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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포트 엘리자베스(남아공)=손용호 기자 spj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