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승패가 갈린 것은 약속된 플레이에서 비롯됐다.
한국은 12일(이하 한국시간) 포트 엘리자베스의 넬슨 만델라 베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 남아공 월드컵 B조 1차전 그리스와의 경기서 전반 7분 만에 선제골을 터트렸다.
그리스 장신 수비진의 머리를 살짝 넘기는 날카롭고 예리한 기성용의 프리킥은 어느새 문전으로 쇄도한 이정수의 오른발에 정확하게 맞았다. 이정수는 상대 수비수의 아무런 저지 없이 편안한 상태에서 노마크로 선제골을 넣을 수 있었다. 이는 후반 7분 박지성의 추가골로 한국이 2-0으로 승리하며 결승 선제골로 기록됐다.

이날 투톱으로 나선 염기훈과 박주영은 프리킥 직전 쉴 새 없이 움직이며 그리스 수비수들의 시선을 붙잡아뒀다. 프리킥이 올라오는 순간 둘이 기성용 쪽으로 빠르게 움직이자 그리스 수비수들도 따라 쏠릴 수 밖에 없었다.
기성용의 프리킥 높이는 중앙 수비들의 머리를 살짝 넘길 정도로 적당해 더욱 효과적이었다. 이정수 입장에서는 훤하게 트인 앞공간으로 성큼 들어가 오른발을 갖다댔다.
이정수는 역시 골맛을 아는 공격수 출신이었다는 점에서 세트 피스 상황에 적합했다.
이번 월드컵 전까지 A매치 25경기에서 2골을 넣은 것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정수는 안양 LG(현 FC 서울) 프로 입문 당시 공격수였다. 수비수로 변신한 후 태극마크를 달았지만 K리그 138경기에서는 6골 4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지난 2009년 J리그에 진출해서는 '골 넣는 수비수'로 명성을 쌓기도 했다.
특히 J리그 진출 첫 해 교토 상가서 32경기에 나가 5골을 넣었고 팀을 옮긴 올 시즌에도 2골을 기록, 세트 피스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공격에 가담하는 수비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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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포트 엘리자베스(남아공)=손용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