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의 우울한 골키퍼 실책 '계보'
OSEN 황민국 기자
발행 2010.06.13 05: 23

'축구종가' 잉글랜드에는 이상한 전통이 있다.
수준급 선수들이 즐비하지만 골키퍼들은 그 수준에 못 미치는 것. 최근 잉글랜드가 국제무대에서 기대 이하의 활약상을 보여주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심지어 잉글랜드 축구팬들은 골키퍼 실책 계보를 들먹이면서 그들의 불운을 탓해왔다. 지난 2002 한일 월드컵의 데이빗 시먼, 2006 독일 월드컵 예선의 데이빗 제임스 그리고 유로 2008 예선의 폴 로빈슨이 그 계보에 포함된 선수들이다.

그리고 13일(이하 한국시간) 새벽 러스텐버그 로얄바포켕 스타디움에서 열린 잉글랜드와 미국의 2010 남아공 월드컵 C조 1차전(1-1 무)에서 그 계보를 잇는 또 한 명의 골키퍼가 탄생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로버트 그린(30, 웨스트햄). 파비오 카펠로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이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골키퍼였지만 전반 40분 클린트 뎀프시의 평범한 슈팅을 동점골로 만들어주고 말았다.
물론 선수들이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자블라니의 특성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카펠로 감독이 인정한 골키퍼가 보여줄 모습은 아니었다.
그의 실책에 카펠로 감독은 고개를 저었고 팬들은 허탈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린이 자신의 실책을 만회하는 선방을 펼쳤다는 데 있다. 그린은 후반 19분 조지 알티도어의 슈팅을 감각적인 선방으로 막아내면서 역전패의 위기를 막아냈다.
지난 2002 한일 월드컵 8강전에서 호나우지뉴에게 어이없는 프리킥 역전골을 내주고 충격에 빠지면서 은퇴를 선택했던 시먼과는 다른 결과를 기대하기에 충분한 모습이었다.
미국과 알제리 그리고 슬로베니아와 C조에 포함된 잉글랜드가 16강 진출은 물론, 44년 만의 우승도 노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알린 소중한 선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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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로버트 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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