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2일 한국-그리스(B조), 포트 엘리자베스]
월드컵은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축구 대회다. 한국이 이 월드컵 무대에서 세계 13위의 강호를 완벽하게 제압하며 완승을 거두는 날을 그 누가 상상했겠는가. 한국은 기술, 체력, 전술 모든 면에서 그리스를 압도했다. 장래 한국 축구의 교과서로 기록될 만한 경기였다.
우선 한국은 그리스의 전술을 완벽하게 분석하고 경기에 나섰다. 그리스는 짜임새 있는 수비를 바탕으로 롱패스에 이은 선이 굵은 공격을 하는 팀이다. 장신을 무기로 몸싸움에 자신을 보이는 그리스이지만 한국 선수들은 신속한 움직임을 앞세워 상대가 몸을 부딪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과거 한국은 월드컵서 상대의 압박에 쫓기며 정확한 볼 처리에 중점을 두곤 했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 한국 선수들은 상대 수비수 한둘은 여유있게 따돌리며 자신의 장기를 자신 있게 발휘하는 모습이었다.
이는 세계 최고의 클럽에서 활약 중인 박지성을 비롯해 박주영 이청용 기성용 이영표 등 대표팀의 반 이상이 세계 무대를 경험하면서 자신의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경기 운영 능력을 익혔기 때문일 것이다.
후반 중반 이후 그리스의 반격에서 볼 수 있었듯 그리스는 장신을 이용한 롱패스를 주무기로 하는 팀이다. 하지만 한국의 공격수들은 경기 초반부터 앞선에서 강한 압박으로 그리스의 패스 정확도를 낮췄고 수비수들은 탁월한 위치 선정과 커버플레이로 부정확한 패스들을 인터셉트했다.
또한 인터셉트 이후에는 신속한 공격 전환으로 그리스의 수비 진영을 휘저었다. 한국은 전반과 후반 초반에 두 골을 기록함으로써 한국의 페이스로 경기를 풀어갈 수 있었다.
그리스는 과거와 같이 신체 능력을 강조하는 정적인 전술을 유지했는데 공간을 중시하는 현대 축구에서 더 이상 이러한 전술로는 승리할 수 없을 것이다.

반면 한국은 박주영 이청용의 민첩성과 위치 선정을 활용한 플레이를 비롯 김정우의 중원 압박, 차두리 이영표 이정수의 오버래핑 등 누구 하나 나무랄 데 없는 완벽한 모습을 보였다. 무엇보다 후반 인터셉트에 이은 단독 돌파로 그림 같은 골을 기록한 명불허전의 박지성은 대한민국의 주장답게 멋진 화룡점정을 해냈다.
한국은 1990년대 중반부터 축구 영재의 해외 진출을 적극 장려하는 등 유소년 축구에 많은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 선수들이 성장해 오늘의 성과를 거둔 것이다. 선천적인 신체 조건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그리스를 제압할 수 있었던 것은 유소년 교육에 대한 관심과 세계 무대 진출로 인해 선수들 개개인이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경기 운영 능력을 익혔기 때문이다.
한국의 민첩성과 위치 선정은 그리스의 힘을 무력화시켰다. 대한민국 축구 역사 상 최고의 경기라고 평가할 만한 자랑스러운 쾌거였다.
OSEN 해설위원(FC KHT 김희태축구센터 이사장, 전 대우 로얄스 및 아주대 명지대 감독)
<정리> 김가람 인턴기자
<사진> 요하네스버그(남아공)=송석인 객원기자 song@osen.co.kr
■필자 소개
김희태(57) 해설위원은 국가대표팀 코치와 대우 로얄스, 아주대, 명지대 감독을 거친 70년대 대표팀 풀백 출신으로 OSEN에서 월드컵 해설을 맡고 있습니다. 김 위원은 아주대 감독 시절 서울기공의 안정환을 스카우트했고 명지대 사령탑으로 있을 때는 타 대학에서 관심을 갖지 않던 박지성을 발굴해 한국을 대표하는 스타 플레이어로 키워낸 주역입니다. 일간스포츠에서 15년간 해설위원을 역임했고 1990년 이탈리아 대회부터 2006년 대회까지 모두 5차례의 월드컵을 현장에서 지켜봤고 현재는 고향인 포천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축구센터를 직접 운영하며 초중고 선수들을 육성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