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전 관건은 '스피드, 압박 그리고 메시 봉쇄'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0.06.13 14: 04

첫 단추를 잘 꿴 허정무호가 이번엔 세계적인 강호 아르헨티나(FIFA 랭킹 7위)를 맞이한다.
한국(FIFA 랭킹 47위)은 지난 12일(이하 한국시간) 포트엘리자베스의 넬슨 만델라 베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 남아공월드컵 B조 1차전 그리스(13위)와 경기에서 2-0으로 완승을 거뒀다.
전반 7분과 후반 7분 각각 이정수와 박지성의 선제골과 쐐기골을 터뜨리며 승점 3점을 확보했다.

이제 한국은 오는 17일과 23일에 각각 열리는 아르헨티나와 나이지리아전을 통해 16강 진출 여부를 결정짓게 된다.
허정무 감독은 그리스전을 마친 후 "상대의 공격 루트를 차단하는 것이 첫 번째 과제였다"면서 "상대의 뒷공간을 이용하는 모습이 아주 좋았다"고 만족스런 표정을 지었다.
이어 "아르헨티나는 강한 팀"이라고 인정하면서도 "결과에 상관없이 최선을 다한다면 발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주눅들지 않고 열심히 할 것"이라고 2차전에 임하는 각오를 다졌다.
이날 한국의 승리 요인으로는 스피드를 앞세운 공격은 물론 약속에 의한 세트 피스 상황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이 꼽히고 있다. "스피드가 위협적이었다"며 외신들이 공통된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이는 다소 정적이고 포메이션 중심적인 그리스 수비진의 허점을 파고들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아르헨티나는 그리스와는 달리 개인기 위주이며 선수들의 위치를 자주 바꿔 상대 진영을 위협하고 있다. 공격에는 스피드까지 전해져 무서운 파괴력을 선보이고 있다. 이런 아르헨티나의 성향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선수가 바로 메시다.
▲스피드와 압박에 협력수비 강화가 관건
미드필드진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느냐가 아르헨티나의 중요한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전 선수가 좋은 개인기를 가진 아르헨티나는 팀 전술보다는 개인 능력에 의한 돌파를 선호하고 있다. 자연히 롱패스에 의한 공격보다는 중원부터 서서히 밀고 들어오는 잔 패스와 1~2명을 제칠 수 있는 선수 개인의 순간 판단력에 의존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 특유의 스피드와 효과적인 압박이 필수다. 김희태 OSEN 해설위원(FC KHT 축구센터 이사장)은 아르헨티나-나이지리아전을 관전한 후 "아르헨티나와 나이지리아 모두 전술상 포메이션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 축구를 하고 있다"면서 "두 팀은 순간적으로 선수들의 위치가 바뀌기 때문에 그들의 움직임에 대한 사전 분석이 더욱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고 분석했다.
결국 한국팀으로서는 수비에서는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상대 선수들의 위치와 다음 플레이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또 강한 압박과 협력 수비를 통해 아르헨티나 선수들의 활동폭을 조금이라도 줄여야 한다.
또 김희태 해설위원은 "아르헨티나는 공격을 진행하던 중 볼을 빼앗겼을 때 바로 그 자리에서부터 수비를 시작한다"면서 "1선과 2선에서 수비를 시작하기 때문에 3선의 수비진이 불안하다 해도 그 약점이 노출될 기회가 많지 않다"고 봤다.
이는 반대로 상대가 2~3선에서 아르헨티나에 볼을 빼앗길 경우 곧바로 골문을 위협받을 것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빠른 패스와 스피드를 이용한 공수 전환, 협력 플레이의 중요성이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메시 봉쇄
이런 아르헨티나를 집약적이고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존재가 바로 리오넬 메시다.
메시는 13일 새벽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엘리스파크 스타디움에서 끝난 나이지리아와 경기에서 공격과 수비에 적극적으로 가담, 아르헨티나의 1-0 승리에 밑거름이 됐다.
골은 기록하지 못했다. 하지만 왜 세계 최고 선수로 불리는지 스스로 증명해 보였다. 메시는 GA 안팎에서 쉴 새 없이 위협적인 움직임으로 나이지리아 문전에 여러 차례 위협을 가했다.
서 있을 때보다 볼을 잡은 순간부터 발생하는 폭발적인 스피드와 발재간은 유연하고 탄력성을 지닌 나이지리아 수비진에게도 버거워 보였을 정도였다.
김희태 해설위원은 메시의 장점을 '짧은 볼터치'로 꼽았다. "스텝 간의 간격이 매우 짧고 스텝마다 볼을 터치하고 있다"면서 "이는 드리블하면서도 방향 전환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고 수비수의 타이밍을 뺏는 패스와 슈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결국 한국이 메시를 막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스피드와 강한 압박을 통한 수비라는 결론을 내놓았다. 자유롭게 볼을 잡지 못하도록 패스 통로를 사전 차단하거나 순간적으로 압박할 수 있는 협력 수비라는 것이다.
아르헨티나는 메시 뿐 아니라 테베스, 이과인 등 세계적인 공격수를 보유하고 있고 베론이라는 탁월한 그라운드 사령관이 지휘하고 있다.
하지만 부담스런 첫 경기였던 그리스전에서 완승, 자신감을 가진 한국은 아르헨티나전에 대한 분석을 끝낸 후 이변을 준비하고 있다.
그리스전에서 쐐기골을 터뜨린 박지성은 "아르헨티나가 B조서 최고의 전력을 가진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스페인과 평가전을 떠올리며 경기를 펼친다면 이변을 일궈낼 수 있을 것"이라고 당당한 표정을 지었다.
스피드와 압박이 주요 관건으로 떠오를 전망인 아르헨티나전. 메시 봉쇄 여부가 승패에 가장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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