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명민이 유괴를 소재로 한 영화 '파괴된 사나이'로 스크린에 컴백, 강렬한 추격자로 변신했다.
'파괴된 사나이'는 8년 전 유괴돼 죽은 줄만 알았던 딸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아버지가 딸을 구하기 위해 필사적인 사투를 벌이는 과정을 담은 영화로 14일 오후 2시 서울 용산 CGV에서 언론시사회를 갖고 베일을 벗었다.
작품 속에서 늘 배역과 싱크로율 100%를 자랑해 온 김명민은 신실한 목사에서부터 삶의 희망을 잃은 타락한 사업가, 그러다가 다시 딸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딸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부성애 가득한 모습까지 다채로운 면모를 선보인다.

초반부 아이를 유괴당하고 어쩔 줄 몰라하는 목사 김명민과 딸이 유괴 된 8년 후 자신이 '사람'인지 '개'인지 분간하지도 못한 채 살아가는 김명민의 모습은 작은 표정에서부터 180도 다르다.
타락한 사업가로 거칠고 날 것의 이미지를 선보일 때는 영화 '무방비 도시' 때의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도 겹치지만, 딸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부터 보이는 희망의 한 자락이 그의 얼굴과 표정에 녹아난다. 딸을 찾기위해 끊임없이 흔들리는 큰 눈망울은 부각되고, 납치범을 쫓는 액션에서는 힘찬 요동이 느껴진다.
영화는 엘리트형 사이코패스 엄기준의 존재감으로 힘을 더한다. 김명민과 엄기준이 벌이는 추격극, 혹은 혈투극은 숨가쁜 긴장감을 만들어 내기 충분하다.

기자간담회에서는 목사에서 파국으로 치닫는 주영수 역 때문에 기독교의 반발이 예상된다는 질문을 있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아버지가 딸을 찾아가는 이야기"라며 "가족과 신에 대한, 그리고 자신에 대한 믿음을 잃은 한 남자 주영수를 통해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었다"라는 우민호 감독의 말처럼, 영화는 겉으로 보이는 폭력성 밑으로 '믿음'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고 마지막 장면 역시 이런 '믿음'에 관한 발언으로 방점을 찍기에 이 작품을 반기독교 영화로 설명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김명민 역시 "유괴 영화는 부모님들이 쉽게 발걸음을 하지 못한다. 자식을 둔 부모로서 차마 보지 못하는데 이 영화는 자식을 둔 부모가 봐도 좋을 영화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추격극의 하부 장르로서 유괴영화의 새로운 모습을 제안했다고 할 수 있다.
한편 '꽃보다 아름다워', '불멸의 이순신', '하얀거탑', '베토벤 바이러스' 등 드라마 속에서 늘 묵직한 존재감을 뽐내며 연기력만으로도 '화제'를 모아온 흔치 않은 스타 김명민이 이번 작품으로 다시금 영화계에서 입지를 다질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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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